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는 작년 5월 런던 시내에서 배송로봇의 시험 운행을 진행했다. 6개의 바퀴가 달린 로봇은 식료품을 싣고 스스로 운전해 목적지에 물품을 전달한다. 에스토니아의 스타십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이 로봇은 약 5㎞ 이내에서 배달이 가능하며,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배송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배달함에 담긴 물품은 수신자가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열림 버튼을 눌러야 받을 수 있다. 만약 길에서 누군가가 배달물품을 뺏으려고 하면 이 로봇은 곧바로 현재 상황을 녹화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 테스코는 런던 일부 지역에서 로봇배송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를 전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스타십테크놀로지가 개발해 테스코에 공급한 배송로봇.

영국 온라인 식료품업체인 오카도(Ocado)는 작년 6월 런던 동남쪽 그리니치 지역에서 무인 밴을 이용한 배송을 시험했다. 영국의 로봇·자율주행 시스템 개발회사 옥스보티카(Oxbotica)가 개발한 이 무인 밴의 최고 시속은 40㎞이고,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면 약 30㎞를 이동할 수 있다. 주문한 상품이 무인 밴에 실릴 때와 무인 밴이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고객에게 통보되며, 고객은 버튼을 눌러 상자를 열고 상품을 꺼내면 된다. 오카도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19년부터 무인 밴을 통한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온라인 식료품업체 오카도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업체 옥스보티카의 무인 밴을 통해 식료품 배송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자업체 ‘줌 피자(Zume Pizza)’는 배송하는 트럭 내에서 피자를 구워 고객에게 전달한다.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에서 시작한 줌 피자는 2015년 설립 후 2016년 4월 처음으로 피자 배달을 시작했다. 현재 팔로알토 등 인근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하루 평균 350판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0만달러(약 22억원)였다.

줌 피자는 5대의 로봇이 주방에서 만든 피자를 1분 30초간 구운 뒤, 트럭으로 배송하는 동안 다시 한번 굽는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가장 좋은 맛을 내도록 트럭 내에서 피자 굽는 시간을 조절한다. 이 배달 트럭에는 동시에 56개의 피자를 구울 수 있는 오븐이 설치돼 있다.

배송 중 피자를 구울 수 있는 ‘줌 피자’의 배송트럭.

전 세계 주요 유통업체들이 ‘배송 혁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혁신이 배달 인력의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 환경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음식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올해 3월 배송로봇 ‘딜리(Dilly)’의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5월부터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운영에 나선다.

‘맛있는(delicious)’ 음식을 ‘배달(delivery)’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는 ‘딜리’는 우아한형제들과 로봇 전문가인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이 협업해 만든 배송전문 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안전이 확보된 실내에서 딜리의 자율주행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앞으로 배송지역을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가로 67.3㎝, 세로 76.8㎝, 키 82.7㎝에 둥글둥글한 모양의 딜리는 3칸으로 구성된 내부 음식 보관 공간에 짜장면이나 치킨을 싣고 시속 4㎞의 속력으로 음식을 배달한다. 앞에 장애물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피하는 기능도 갖췄다.

올 하반기에는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와 같은 실외 공간으로 실험 영역을 확대한다. 류진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2~3년 내로 음식점에서 고객의 집까지 로봇이 실제 시험 배달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 2일 초소형 전기자동차 르노 트위지를 도입했다. 현재 르노 트위지는 직영점에 우선 도입돼 실제 배달에 이용되고 있다. BBQ는 이달 내 BBQ 가맹점에 60대를 도입하고 올 한 해 동안 총 10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배달 차량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트렁크 공간이 최대 180리터까지 확장되는 트위지는 근거리 운송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이다. 문이 슈퍼카처럼 위로 올라가면서 열리고, 차내 보호장치와 4점식 안전벨트,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월 2만~3만원의 연료비면 한 달 운행이 가능하고 매연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수제피자 브랜드 피자알볼로도 지난 4월 30일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고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피자알볼로는 초소형 전기차가 배달원 고용난을 해결하고 배달원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에 주로 사용되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오토바이) 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전기차는 기본 운전면허만 있으면 된다. 이 전기차는 초소형 크기로 제작돼 골목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오토바이보다 냉난방 기능과 안전성이 개선됐다. 피자알볼로 관계자는 “배달 인력 고용 범위가 넓어지고 노년층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범운행을 거친 후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봇 배달원, 전기자동차 등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배달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빠르게 배달 혁신에 나서는 업체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