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올해 상반기 중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을 한국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AI 스피커 업체들이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 AI 스피커 시장은 이미 국내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지만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구글이 국내시장에서 제품을 내놓는다면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구글은 4월 초 구글홈과 휴대용 모델인 ‘구글홈 미니’의 전파인증을 받았다. 전파인증은 무선 기기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제품 출시 전 한 두 달 전에 통상 전파인증을 받는다. 구글의 AI 스피커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구글의 AI 스피커 제품군. 왼쪽부터 '구글 홈 미니', '구글 홈', '구글 홈 맥스'.

업계에서는 구글홈이 국내에 출시되는 것과 관련해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구글 플랫폼이 이미 많은 기기에 적용돼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세계 최대 포털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구글홈은 1400만대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은 구글홈의 한국어 인식 능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스피커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용자와 나누는 대화가 많을수록 품질이 향상된다. 구글이 지난해 9월 AI 소프트웨어 구글어시스턴트의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한국어 데이터베이스(DB)가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업체들은 구글홈 등장에 앞서 국내에 특화된 기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정보 검색, 영어 교육,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외부 업체와의 제휴를 늘려가고 있다.

자체 검색 엔진이 없는 SK텔레콤은 위키디피아 기반 맞춤형 검색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원형 DB를 5월중 자사 AI 스피커 '누구(NUGU)'에 탑재한다. 문화원형 DB는 국내 역사와 문화재, 민속, 고전 등 문화원형을 콘텐츠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 10만개에 달하는 DB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로보 어드바이저 등 AI 기반 기술과 의료 영상 분석 등 B2B(기업간거래) 분야 업체와 협력을 하면서 KT AI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함께 AI 스마트홈 구축에 나섰다. 또 네이버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채용하고 영어교육업체 YBM과 협력해 연령대별 맞춤 영어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상거래 기능과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음성으로 쇼핑을 하고 결제까지 하는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상반기 중으로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기능과 카카오톡을 읽어주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앞으로는 국내 소비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늘려나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