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함께 한국 대표 부품 산업인 디스플레이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조(兆) 단위의 이익을 냈던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8년간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점유율 1위였던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중국 BOE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는 생산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있다.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경쟁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BOE는 최근 허페이(合肥)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BOE뿐만 아니라 차이나스타, 폭스콘 등 다른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BOE의 뒤를 따라 LCD 공장을 신규 건립하고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LCD 가격 하락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의 평균 판매 가격은 작년 1월 213달러에서 지난달 169달러로 20% 이상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지금보다 패널 가격이 더 떨어질 경우에는 판매 가격이 제조 원가보다 낮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TV용 대형 OLED에서 한발 앞서 있다. 하지만 BOE·차이나스타·CEC 판다·톈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작년부터 수십조원을 OLED 설비 투자에 쏟아붓고 올해부터 차례차례 양산에 돌입하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TV 업체들도 중국산(産) OLED 패널을 장착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CD에 이어 OLED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