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연 1.50~1.75%로 동결했다. 그러나 연준이 FOMC 성명서에서 “12개월 기준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2% 가까이 움직였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매파적 입장을 내놓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대칭적(symmetric)인 2%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더라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도 보냈지만 “인플레이션이 2%에 지속해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3월 FOMC 성명서와 비교하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당장 6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90%를 웃돌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연준이 금리를 올린 지난 3월을 포함해 총 3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서 더 나아가 4차례 인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4차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한다면 6월과 9월에 이어 12월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올해 중 추가 금리인상을 한 차례 정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의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느냐는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한은은 7개월 연속 1%대 저물가, 고용부진, 보호무역주의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은 금통위가 한미 금리 역전 현상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한차례 정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 추가 금리인상 주문한 금통위원 등장

이같은 전망에도 한국은행은 연준이 당초 예상과 부합한 ‘점진적인 금리인상 스케쥴’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연준이 올해 총 3회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이 2%인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탄탄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대칭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도 과민대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대칭적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인플레이션이 2%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더라도 그 다음에는 2%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등 2%를 중심으로 지표가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최대고용 및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하지만 한국은행 내부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를 대비해 추가 금리인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이 지난 2일 공개한 지난달 12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 금통위원은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성장세를 감안한 통화정책의 상대적 완화정도가 확대되거나 이로 인해 금융안정 리스크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기조적 물가흐름은 2%에 근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다소 축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관련 규제가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완화시켜 주더라도 현재의 완화적 기조가 유지되면 풍선효과로 다른 금융 및 실물자산 가격 상승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7월 금리인상 가능성 부상하나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추가 금리인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연 1.50%인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0~1.75%인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에 비해 최대 0.25%포인트 낮다. 한은이 금리를 연중 한 차례 더 올리고, 연준이 추가로 2회 인상하면 한미 금리역전폭은 0.50%포인트로 확대된다. 만약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총 4회가 되면 금리 역전폭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국 경제의 견실한 체력을 감안하면 한미 금리 역전이 급격한 외화유출을 불어올 가능성은 적지만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는 것은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 역전 이후 실제 큰 폭의 자본유출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외신인도 등을 종합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거나 미 금리인상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시장변동성의 급격한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빠르면 오는 7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는 이달 24일, 7월 12일, 8월 31일, 10월 18일, 11월 30일 등 올해 총 5회 남아있다. 7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경기 흐름에 따라 3분기 이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함준호 위원의 후임 금통위원으로 지명된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금통위 후 “한은이 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인상한다는 전망을 유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들어 배럴당 70달러선을 웃돌고 있는 빠른 국제유가 오름세 등을 감안하면 7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에 이르는 등 고용지표가 현재보다 개선된다면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