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문가 이대표(42)씨는 아끼는 걸로 치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인터넷 아이디도 지독한 짠돌이라는 뜻의 '대왕소금'이다. 그는 2001년 '짠돌이 카페'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대한민국에 '짠테크'(짠내 재테크) 열풍을 일으켰다. 카페에는 사력을 다해 젖은 수건에서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는 식의 극단적인 절약 노하우가 가득하다. 짠테커(짠돌이)들은 그를 '소금신(神)', '갓(God)대표'로 불렀다. 카페 개설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회원 수 75만명으로 여전히 '재테크 분야'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짠내 풀풀 풍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겉으로 봐서는 '대왕소금'의 위엄을 느낄 수 없었다. 명품은 아니지만 꽤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든 채, 세미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최근엔 짠테크를 넘어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명함을 주고 인사를 할 때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났다. "스마트폰으로 명함 사진 보내드릴게요. 돈 아까워서 종이 명함은 거의 안 씁니다. 하하."

대왕소금 "1000원 한장에도 살떨려요" -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짠돌이‘대왕소금’이대표씨가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2015년 이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 변신한 그는 제법 큰돈을 만지게 된 요즘에도“1000원 한 장이라도 헤프게 쓰면 살이 떨린다”고 말했다.

"3년이면 6000만원 아낄 수 있어"

이씨가 말하는 짠테크의 기본은 "새는 돈을 막는 것"이다. 커피, 외식 등을 끊으면 생각보다 큰돈이 모인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로또 복권 한 장 사 본 적이 없다"며 "일주일에 한 번 5000원씩 로또를 3년간 사면 78만원이나 되는데 사실상 당첨 확률이 제로(0)에 가까운 것에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이 커피, 디저트, 야식, 택시비, 대리운전비, 손톱 관리비 등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최대한 아낄 경우 3년 만에 600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이씨는 "커피, 디저트 등에는 매일 돈을 쓰고, 택시는 하루에 한 번, 야식과 대리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돈을 쓴다는 가정하에 비용을 계산했다"며 "남들 하는 것을 다 하면서는 절대로 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지가 약한 짠돌이들에게는 '봉투 살림법'을 추천했다. 봉투에 주간 단위로 정해진 예산을 넣은 뒤, 지출이 있을 때마다 봉투 겉면에 기록하면서 봉투에 있는 돈으로만 한 주를 버티는 것이다. 이씨는 과거 직장 생활을 할 때, 월급 중 10만원만 남기고 전부 저축했다. 식사 대신 율무차 2개를 마시면서 처절하게 돈을 아꼈다. 교통비가 아까워 회사에서 잠을 자거나 30㎞ 넘는 길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무리한 생활까지는 권하지 않는다. 이씨는 "자기 몸을 해치고, 남에게 불편함을 주면서까지 절약하는 것은 진정한 짠테크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짠돌이에서 부동산 투자자로

최대한 아끼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던 이씨가 최근 '짠테크'를 넘어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짠테크로 모은 종잣돈을 불려야 잘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금수저이거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아닌 이상, 잘살려면 일단 죽어라 모으는 수밖에 없어요.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티끌을 모은다고 해서 저절로 태산(泰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모아서 뿌리고 거두는' 3박자를 갖춰야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씨는 2015년부터 전업 부동산 투자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11년 온라인 마케팅 사업을 접고 새 길을 찾았다. 이씨는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재테크의 완성이자 풍족한 삶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부자가 된 짠돌이'라는 책도 썼다.


"3년간 누적 수익률 98.7%"

이씨는 사업정리 후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 사업과 책 인세 등을 통해 3년여간 모은 1억원 넘는 돈을 부동산 투자 밑천으로 활용했다. 이씨는 "2016년 초 서울 응암동 재개발 물건에 투자해 1년 만에 100% 넘는 투자 수익을 올렸다"며 "평생 처음으로 돈이 돈을 버는 경험을 통해 투자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2015년 말 부동산 매매법인을 세워 전문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씨는 몇 시에 자든 오전 3시에 일어나 부동산 공부를 하고, 주로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현장 조사를 나간다. 지난 3년여간 아파트, 토지 등 약 30건의 매매를 통해 98.7%의 누적 수익률(세후)을 달성했다. 요즘엔 수도권 주요 신도시와 서울 영등포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고 보니 순진한 짠돌이들은 정부와 투자자가 짜놓은 거대한 판에서 잡아먹히기만 하는 '사슴'과 같은 존재더군요. 풀 먹고 살찌우면(한 푼 두 푼 아껴서 모으면) 잡아먹히고(전세금과 집값 상승), 정책과 여론으로 살짝 놀라게 하면 먹던 밥도 버리고 도망치는 사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씨는 돈을 모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학습을 통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이씨는 "부동산 투자는 안정화된 신도시나 택지의 역세권, 교육 인프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단지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 짠돌이 '대왕소금' 이대표씨를 소개합니다]

'대왕소금'이라는 인터넷 아이디로 유명한 이대표씨는 우리나라 '짠테크(짠내 재테크)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짠돌이들에게는 '시조새'로 통한다. 그가 2001년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짠돌이 카페) 회원 수는 75만명에 달한다. 휴대전화 분실 신고해서 회선 유지 요금만 내고 버티기, 가게 간판 갈 때 간판 안에 든 형광등 얻어오기, 청취율 떨어지는 라디오 방송에 사연 보내 경품·상품권 받기, 마트 시식 코너 뽀개기 등 기상천외한 절약 팁을 공유하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쥐어짜내기식 짠테크로 명성을 떨치던 그가 사업 실패 후, "아껴서만은 잘살 수 없다"며 2015년 전업 부동산 투자자로 변신해 짠돌이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