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수출 사상 최대..사상 첫 두달 연속 500만달러 돌파
반도체 쏠림 현상 지속...미국 수출 석달 연속 감소
산업부 "선진국 경기 호조·유가 상승 등 수출 여건 긍정적"

지난달 수출액이 작년 4월보다 1.5% 줄어들며 2016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출액이 두달 연속 5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작년 4월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 기저효과를 제외한 수출액 증가율이 10%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실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난 195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97억8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해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수출액은 석달 연속 감소했다. 반면 중국, 일본, 아세안, 중동 지역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통관 기준 4월 수출액이 작년 4월보다 1.5% 감소한 500억6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16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가 영국 지역 북해 대륙붕에 설치되기 위해 바지선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주된 요인은 작년 4월 수출액이 전년 대비 23.8% 증가하며 호조를 보인데 따른 ‘기저효과’다. 작년 4월에는 54억5000만달러 규모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2척이 통관해 전체 수출액인 508억4000만 달러 중 10%이상을 차지했다. 또 작년 5월 1~9일 장기 연휴에 대비해 수출 기업들이 5월 수출분을 미리 선적한 점도 수출액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박을 제외한 지난달 수출액은 48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며 “대규모 해양플랜트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달 수출도 호조를 보였고, 전체 수출액 증가세도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액이 올해 3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한 점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한달에 500억 달러 이상 수출했던 적은 2013년에 1회, 2014년에 2회, 2017년 3회에 불과했다. 2015~2016년에는 500억 달러 이상 수출액을 기록한 달은 없었다.

지난달 수입액은 작년 4월보다 14.5% 증가한 434억5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66억1000만 달러로 7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4월 통관 기준 수출입액 현황.

정부는 향후 수출 여건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의 단가 상승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제성장률을 올해 1월 각각 2.7%, 2.2%에서 지난달 2.9%,2.4%로 상향 조정하는 등 세계 경제 성장세가 양호한 흐름이라 수출 여건이 양호하다”며 “다만 보호무역주의와 지난해 기록적인 수출액 증가율 등 기저효과가 일시적인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수출액 역대 2위 ‘쏠림 현상' 우려…유가 상승·주요국 인프라 투자는 호재

지난달에도 반도체와 컴퓨터 등 고부가가치 품목과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등의 수출 호조가 이어졌다. 지난달 13개 주력품목 중 반도체·컴퓨터·석유화학·석유제품·일반기계 등 7개 품목의 수출액이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컴퓨터,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5개 품목에서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37.0% 늘어난 97억8100만 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이 동반 증가해 반도체 수출액이 19개월 연속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컴퓨터 수출액은 8억33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23.5% 증가했다.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를 늘린 점이 주효했다. 지난달 SSD 수출액은 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SSD의 글로벌 수요 규모는 작년 158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167억 달러, 내년 171억3000만 달러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정점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53.6% 늘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해 수출 단가가 오른 결과다. 또 경유와 항공유 등 경질 제품 수출량이 늘어난 점도 석유제품 수출액 증가에 한몫했다. 석유화학 수출액도 작년 4월보다 11.7% 늘어나며 19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작년 4월 52.3달러에서 지난달 68.3달러로 30.5% 상승했다.

4월 13대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

지난달 일반기계 수출액도 역대 최대치였다. 작년 4월보다 13.1% 증가한 4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설비 투자를 늘린 결과다. 산업부 관계자는 “건설기계와 공작기계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일반기계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8.6%), 철강(-7.4%), 무선통신기기(-40.7%), 디스플레이(-16.2%), 가전(-20.1%), 선박(-75.0%) 등 6개 품목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최종재 판매 부진과 해외 현지 생산 증가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세탁기 등의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린 점이 가전과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 품목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 중국은 중간재, 일본·아세안·중동은 석유제품 수출 늘어…대미 수출액 세달 연속 감소

지역별 수출액을 보면 중국과 아세안, 일본, 중동 인도 등에서 증가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중동에 대한 수출액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지난달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작년 4월보다 23.0% 증가한 130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8개월 연속 증가세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현지 제조업 경기 호조에 따른 중간재 수출물량 증가와 인프라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한 일반기계 수출 확대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본 수출액도 24억8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8% 늘었다. 일본내 주요 정유화학 생산 공장들이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증가했다.

아세안에 대한 수출액은 85억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중동 수출액은 23억49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0.3% 늘었다. 아세안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이 증가하며 역대 3위 수출액을 기록했다. 중동도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이 늘었고, 라마단 특수에 대비해 자동체 업체들이 재고 확보용 자동차 수출량을 늘린 것도 수출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4월 지역별 수출액 증감률.

반면 대(對)미 수출액은 전년대비 세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대비 1.8% 감소한 59억2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의 자동차 소비 위축으로 완성차 판매가 부진했고, 신형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서 무선통신기기 수출량도 감소했다.

지난달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작년 4월보다 24.9% 감소한 12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액은 줄어든 반면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항공기, 액화석유가스, 원유 등의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EU에 대한 수출액은 지난달 50억5700만 달러로 작년 4월보다 21.2%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년 4월 유럽으로 대규모 해양플랜트를 수출한 게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