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원화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원화 자산에 대한 평가 절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영향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6원 내린 1068.0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강세). 이날 1068.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065.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지난 20~26일 연속 상승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다음달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선태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5월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달러 흐름에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화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5월 원·달러 환율이 1055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6원 내린 10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원화 약세 요인도 있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원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 회복은 환율 하락 요인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이 확인된 1060원선에 근접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부담이 있고, 앞으로 미국 경제지표도 발표될 예정”이라며 “이런 요인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원·달러 환율 변동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북미 정상 간 비핵화 방법 등에서 이견이 존재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앞으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요인이 원화 절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당국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로 이미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원화 절상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에도 큰 부담이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