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주도하던 국내 가구 업계에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구 업계 일인자로 군림해온 한샘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현대리바트, 퍼시스, 에넥스 등 후발 업체들이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마블 캐릭터 의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쏟아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그룹도 강력한 유통망을 활용해 가구 시장에 새로 진입하고 있다.

현대리바트가 올 3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문을 연 프리미엄 브랜드‘포터리반 천호점’. 가구업계 일인자인 한샘이 올 1분기 주춤한 사이 현대리바트 등 후발 업체들이 추격전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가구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어서 가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2년 18만 가구 수준이었던 연간 입주 물량은 올해 45만 가구까지 늘어난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은 "글로벌 1위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효과적으로 맞서며 급성장한 한샘의 실적이 꺾인 반사 효과를 경쟁사들이 누리고 있다"며 "후발 주자들에게는 지금이 반격의 기회"라고 말했다.

공세 강화하는 후발 주자들

한샘은 지난 16일,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5% 줄어든 4675억원, 영업이익은 56.3% 감소한 178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이 지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5년 전과 비슷한 이익 규모다. 한샘의 1분기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줄어들기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한샘은 '가구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2014년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도 2조원까지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성추행 여파에 따른 연말 홈쇼핑 방영 중단,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중국 사업 부진 등이 겹치며 실적이 뒷걸음질한 것이다.

반면 후발 업체들은 맹공(猛攻)에 나서고 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샘이 체력을 회복하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현대리바트는 올 들어 4개월 만에 매장 수를 8개 늘렸다. 전국 매장 수는 150개를 찍었고,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 증가하며 한샘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영식 현대리바트 상무는 "윌리엄스 소노마 등 해외 생활 소품 브랜드를 통한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원가 경쟁력을 위해 올 1월에는 경기 용인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과 물류센터도 착공했다"고 말했다.

사무용 가구 1위 퍼시스도 올 들어 일룸시디즈 등 계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브랜드에 힘을 싣고 있다. 일룸은 이달 들어 공식 홈페이지를 모바일 버전으로 개선한 데 이어 올 8월까지 수원 광교 등 4곳에 대형 신규 매장을 낸다. 시디즈는 작년 말부터 디즈니마블 캐릭터를 채택한 의자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마케팅을 확대하며 1분기에도 계열사별로 전년 동기 대비 10~20%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대상 사업 비중이 큰 에넥스도 올 5월 부산 동구 좌천동 가구거리에 2층 규모 전시장을 내는 것을 비롯해 현재 170여개인 전국 매장을 올해 안에 200개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밖에 이케아는 본사 차원에서 소비자들과 가까운 도심에 신규 소형 매장을 내겠다는 전략을 공개했으며, 올 초 신세계가 인수한 까사미아도 현재 약 60개인 점포 숫자를 내년 말 17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구도 바뀌는 국내 가구 업계

앞으로 국내 가구 업계는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샘은 지난 10년 동안 80%가 넘는 브랜드 주방가구 시장점유율을 발판으로 소파·침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이 잇따라 가구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침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경기 광명과 고양의 1·2호점에 이어 용인, 부산 등에서도 유통 1위 롯데와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신세계도 전국에 있는 이마트를 활용해 까사미아 매장을 크게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모바일 쇼핑 같은 새로운 판매 채널이 급성장하고, 자금력이 탄탄한 신규 업체들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가구 업계가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가격, 품질, 디자인 등에서 업체마다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