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며 ‘2018 남북 정상회담’의 단초를 마련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홍영기 제일기획 BE(Brand Experience) 솔루션 9팀장은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평화’”라고 강조했다.

홍영기 제일기획 BE(Brand Experience) 솔루션 9팀장이 26일 제일기획 이태원 본사에서 열린 ‘제일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제일기획(030000)은 CJ E&M, ANP, C-Post, FM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을 꾸렸다. 제작단은 400명 규모로 제작총괄, 연출, 운영, 사업관리, T&A(Tech&Art) 등을 맡았다. 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 올림픽은 국가 브랜드 마케팅…세계 유일 분단국가 ‘평화’ 메시지 전달

홍 팀장은 지난 26일 제일기획 이태원 본사에서 열린 ‘제일세미나’를 통해 광고업계에서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사례와 접목해 발표했다.

브랜드 경험이란 이해보다는 체험이 소비자 구매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개념이다.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상품 고유의 특성에서 가치 있는 체험을 얻는 것을 말한다. 제일기획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기획 과정에서 브랜드 경험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홍 팀장은 “국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유는 각 나라가 가진 역사·문화·가치관 등을 이야기하고, 지향하고 있는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올림픽은 한마디로 국가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했다.

홍영기 제일기획 팀장.

제일기획은 역대 올림픽 개폐회식의 흐름에 주목했다. 1990년대 올림픽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매스게임 중심으로 세계 평화와 화합을 이야기했다. 2000년대 올림픽은 초현대적 첨단기술과 물량으로 자국 문화의 우월성과 국력을 과시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중국이 개·폐회식에 6000억원을 쏟아부으며 물량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로 유럽 등에서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인 600억원으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모범 사례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제일기획은 적은 비용으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키워드로 ‘평화’를 선택했다.

홍 팀장은 “브라질은 아마존이라는 환경을 연결해 호평을 받았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를 고민했다”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제일기획은 개·폐회식 곳곳에 평화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장치를 심었다. 개회식 첫 번째 문화공연 주제를 ‘평화의 땅’으로 한 이유도 한국이 선사시대부터 고요한 나라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촛불로 표현했다.

가수들이 함께 부를 노래로 ‘이매진(imagine)’을 선곡한 이유도 평화라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홍 팀장은 “이매진 자체가 반전(反戰)을 상징하는 노래다. 올림픽에는 한 번 밖에 쓰지 않았기 때문에 메시지를 고려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 ‘철조망 오륜기’ 대신 띄운 ‘드론 오륜기’ 성공

무엇보다 올림픽 직전 남북 화해 분위기가 극적으로 조성돼 ‘평화’라는 메시지 울림이 커졌다.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남북 공동 주자가 성화를 최종 전달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만남은 남북 화해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방송사고까지 막았다.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도 처음엔 평화 이미지를 고려해 남북을 가로막는 철조망으로 오륜을 만든 뒤 꽃이 피어나면서 공중에 뜨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국내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받았지만, IOC는 철조망을 쓰지 못하게 했다. 철조망이 유태인 수용소를 연상시킨다는 유럽의 여론 때문이다. 결국 드론 오륜기를 띄웠는데, ‘테크놀로지’라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호평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무엇보다 올림픽 직전 남북 화해 분위기가 극적으로 조성돼 ‘평화’라는 메시지 울림이 커졌다.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남북 공동 주자가 성화를 최종 전달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만남은 남북 화해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방송사고까지 막았다.

홍 팀장은 “문 대통령 입장 직후 장구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었는데, 리프트가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아 1분 가까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 때 문 대통령이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부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 사이 리프트가 작동했고, 큰 문제 없이 진행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세계적으로 잘 전달됐다”며 “개인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에도 조금은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