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검색창에 '이명박'(전 대통령)을 입력해 클릭하면 그 바로 밑에 '연관검색어'라는 항목과 함께 10개의 제시어가 뜬다. 이용자에게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검색어이니 이것도 검색하라고 추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관검색어에는 '이명박 혼외자'가 있다. 이용자들은 이것만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는 이 전 대통령의 혼외자는 전혀 확인된 바 없는 소문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들이 자사 검색량을 늘리려고 제공하는 연관검색어 기능이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인격 살인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관검색어는 A를 검색한 뒤 B를 검색한 이용자가 많으면 이를 묶어 다른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포털들은 연관검색어가 붙는 방식(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성추행'… 포털의 황당한 연관검색어들

네이버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는 '김성태 미투'가 나온다. 얼핏 보면 김 원내대표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 원내대표가 한 행사에서 "자유한국당은 미투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게 연관검색어로 묶인 것이다. 미투 운동 지지자가 미투 가해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서도 황당한 연관검색어는 적지 않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색하면 '노무현 타살 증거' 연관 검색어가 뜨는 식이다. 서거한 지 9년이 지났지만 타살 루머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기 여가수의 이름을 다음에서 치면 '임신'이 나오거나, 탤런트의 이름 밑에 '변태'와 같은 악의적인 연관검색어가 뜬다. 근거 없는 악의적인 온라인 루머들을 연관검색어가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색하면 '박원순 자살' '박원순 성추행'이 뜨는 것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작년 서울시 공무원이 자살한 사건과 2014년 박원순 선거캠프 내 성추행 논란이 연관검색어로 묶인 이유다. 이용자들은 자극적인 연관검색어를 보고 궁금증에 한 번씩 클릭을 하게 된다. 네이버·다음의 알고리즘은 이런 클릭이 발생하면 두 검색어 간 연관성은 더 강해져, 낙인이 되는 것이다.

◇연관검색어 매크로 조작도 횡행

포털의 연관검색어를 조작하는 불법 마케팅 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직 프로게이머 장모(33)씨가 4년간 네이버 검색어 133만개를 조작해 33억원의 수익을 챙겼다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 지역 맛집'과 같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바로 밑 연관검색어에 동네 식당들의 이름을 붙여주고 돈을 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검색 결과 순위나 연관검색어 조작을 하는 언더마케팅 업체만 적어도 수백 곳 존재한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조작에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쓰인 매크로(같은 명령을 반복 수행) 프로그램도 흔히 사용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면 어떤 단어든 연관검색어를 만들어 붙여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당한 대목은 네이버의 검색창에 '연관검색어 작업' '네이버 상위 노출'을 검색하면 언더마케팅 업체들이 "작업을 해 드린다"면서 올린 블로그나 카페 글이 수십 건씩 뜬다는 것이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알고리즘이 연관검색어를 붙였기 때문에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는 네이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연관검색어

포털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검색창 아래 딸려 나오는 10여 개의 검색어를 말한다. 많은 이용자가 함께 찾아본 단어가 주로 연관 검색어로 등록된다. 예컨대 ‘프로야구’를 검색하면 ‘야구 중계’ ‘야구 순위’ ‘LG트윈스’ 등의 관련 검색어들이 나오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