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년 만에 처음 연 3%를 돌파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가 1% 넘게 내린 여파로 25일 아시아 지역 증시가 동반 하락했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여전히 국채 금리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국채 10년물은 많은 금융기관의 벤치마크로 통용된다.

그렇다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 3%가 ‘마의 3%’라고 불리며 공포의 기준점이 된 이유는 뭘까.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이 지점에 도달하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준점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3%’는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어떤 임계치라기보다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폴 도노반 UBS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으로 국채 10년물 금리 3%라는 숫자가 의미가 있느냐면 그렇지는 않다”며 “3%와 2.9%나 3%와 2.7% 사이에서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년 만에 처음으로 연 3%를 돌파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① 신채권왕이 꼽아온 ‘채권 강세장 종료’ 기준점

그렇다면 ‘국채 10년물 금리 3%’는 어떻게 투자 심리를 움직인 것일까. 먼저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3%를 상징적인 숫자로 언급해 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신(新)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건들라흐 더블라인캐피탈 회장과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국채 10년물 금리 3%를 지난 30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장’을 마무리 짓는 중요한 숫자로 언급해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채권 시장 참여자는 국채 10년물 금리 3%가 시장 추세를 바꾸는 암묵적인 기준점으로 인식해 왔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축소하고 국채 등 안전자산은 확대하는 판단점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찰리 리플리 알리안츠자산운용 수석투자전략가는 “3%는 우리가 얼마 동안 보지 않았던 심리적인 레벨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테이퍼 탠트럼’ 트라우마

4년 전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넘었을 때 트라우마가 작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했던 2013~2014년 초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갑작스러운 통화 긴축 언급에 혼란을 겪었다.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던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다.

이후에는 줄곧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대에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다시 3%로 상승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당시 혼란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를 넘었을 때 ‘시장 발작’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3.5~4.0% 수준에서 글로벌 자금 흐름 바뀔 것"

국채 10년물 금리 3%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금리가 3.5~4.0% 수준에 도달해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 수준까지 오르면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글로벌 자금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추측이다.

벤 로고프 폴라캐피탈파트너스 펀드매니저는 “정말 우려가 시작되는 지점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3.5%를 넘는 경우”라며 “국채 10년물 금리가 3.5~4.0% 수준까지 오르면 세계 연기금 펀드 등이 포트폴리오를 조절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