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초고층 주상복합이 존재하고, 부동산 투기가 있을까?”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두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주택은 누가 소유하고, 주택은 어떻게 짓는지, 남한처럼 부동산 투자가 존재하는지 등 사소한 것들조차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은 국가의 것…53층짜리 주상복합도 존재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예산으로 건립되는 ‘집단적 소유물’이다. 개인은 주택을 건축할 수 없으며, 개인 소유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주택은 직장과 직위를 기준으로 1~4호, 특호 등 모두 5개 유형으로 배정된다. 가장 등급이 낮은 1호는 말단 노동자와 사무원, 협동농장원이 산다. 방 1~2개와 부엌이 딸린 집단 공영주택이나 방 2개에 부엌과 창고가 딸린 농촌 문화주택을 배정받는다.

특호는 중앙당 부부장 이상, 내각부상 이상, 인민군 소장급 이상이 받는데, 독립식 다층 주택으로 정원과 수세식 화장실,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고급주택이다.

평양 중구역에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에는 53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졌다.

대부분의 국민은 열악한 주거 시설에서 살고 있다. 국토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70~80%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은 주택 난방과 취사연료로 주로 석탄(46~47%)과 나무(45~47%)를 사용하는 등 남한의 1980년대 주거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택의 73%는 연면적 50~75㎡짜리고, 전체 가구의 65% 이상이 방 2개짜리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건축 기술은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정도의 수준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53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진 것을 놓고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상업·서비스 시설을 갖춘 일종의 주상복합 아파트다. 농구장과 배구장, 배드민턴장 같은 커뮤니티 시설도 단지 안에 조성됐다. 이 아파트에는 북한 과학자와 교육자들이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도 아주 소수만이 살 수 있는 특별한 주택인 셈이다.

◇시장경제 통제 안되는 북한…웃돈·디벨로퍼·투기도 존재

정은이 경상대 교수가 2016년 낸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등장과 함의에 관한 분석’이란 논문을 보면 북한의 주택 시장의 실상을 더 잘 알 수 있다.

국가 통제력이 무너지며 북한에도 노동·토지·자본 시장이 만들어졌는데, 이 때문에 개인이 주택 건설 주체로 나서는 경우도 생겼다. 돈 많은 개인이 기관에 접근해 집을 짓는 식이다. 이들은 보통 5층에서 최고 15층 정도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는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개인이 주택을 짓는 과정은 이렇다. 자금력을 갖춘 개인인 돈주(主)는 집을 지을 권한을 가진 기관⋅단위에 접근해 명의를 빌리고 집을 건설한다. 돈주는 그 대가로 해당 기관에 주택 몇 채를 제공한다.

기관⋅기업소는 해당 종업원의 주택을 힘들이지 않고 해결하는 동시에 상급단위로부터 주택 계획을 수행했다는 공로를 인정받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기관·기업소는 이런 개인들의 투자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으며 개인 또한 일만 잘 성사되면 한꺼번에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어 제도의 틈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런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개인은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제도적 진입장벽을 넘고, 기관⋅기업소는 손쉽게 개인을 활용해 계획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면 개인은 사(私)금융시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융통 받기도 한다. 특히 개인이 실제 건설주가 돼 아파트를 건설하면 시공뿐 아니라 실질적인 분양권까지 행사할 수 있어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이윤도 크다. 자금력을 갖춘 돈주가 사실상 북한의 디벨로퍼인 셈이다.

당연히 웃돈(프리미엄)도 존재한다. 북한의 경우 아파트 매매는 불법이지만 교환은 합법이라 제도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웃돈을 주며 낡은 집을 좋은 아파트와 교환하는 사례도 있다.

평양 중구역에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에 5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지어졌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평양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10년 1㎡당 3000위안(약 51만원)에서 2016년 말 1㎡당 5000위안(약 85만원)으로 6년 동안 66.7% 상승했다. 평양 중심부의 아파트 한 채가 수십만달러 수준으로, 아파트 건설은 엄청난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단순히 개인 주택을 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국의 주택건설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 매매가 성행하게 됐다”며 “아파트 건축과 분양은 아파트를 지어 파는 건축업자, 자금을 제공하는 돈주, 아파트 건설 허가권을 받을 수 있는 당·군·행정기관이나 기업, 노동력을 가진 군부대와 건설기업이 연합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이익을 나누어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투기 세력도 나왔다. 정은이 교수의 논문을 보면 평양시 대성구역의 금수산기념궁전과 김일성종합대학 삼흥역 근처 4층 아파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하고서 아파트 두 개동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현대식 아파트 30층을 건설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 면적은 가구당 80~90㎡다. 건설주는 철거민에게 집을 비우라는 통지와 함께 2년 후 아파트가 신축되면 한 채씩 주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불과 5000달러에 거래되던 낡은 집은 철거를 앞두고 2015년 1만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국가의 통제력이 더는 자유 시장경제를 막지 못하게 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정 교수는 “북한의 부동산은 중개업자가 등장해 주택거래를 성사시키는 ‘단순매매’의 수준에 머물고 있지 않다”며 “국가가 공급해야 할 주택을 실질적으로는 기관⋅기업 또는 개인이 아파트를 신축해 분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무엇보다 아파트가 지어지면 주변 땅값도 동반상승해 이에 따른 다양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주택건설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건설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 궤도’에 진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