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2조원을 팔고 떠났던 외국인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유가증권시장에 돌아왔다. 전기·전자와 의약품 등의 업종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코스피지수도 닷새만에 웃었다. 코스닥지수도 기관과 개인의 ‘사자’ 기조에 4거래일만에 상승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적 반등을 추세적 상승으로 착각해선 안된다며 여전히 진행 중인 변동성 장세에 대한 경계 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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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인 닷새만에 ‘사자’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0%(26.83포인트) 오른 2475.64에 장을 마쳤다. 20일부터 25일까지 나흘 연속 하락하며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켰던 코스피지수는 닷새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5거래일만에 돌아온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18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앞서 나흘간 총 1조988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의 기조 변화였기에 시장은 반색했다. 개인도 13억원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기관은 1642억원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오늘 장중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1조원 이상 순매수한 점에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와 최근 부진하던 의약품이 강세를 나타냈다. 비금속광물, 제조, 종이·목재, 유통, 금융, 화학, 기계, 건설 등도 고르게 상승했다. 반면 전기가스, 음식료품, 통신, 운송장비 등은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3.45%, 4.98% 상승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도 4.18%, 2.39% 올랐다. 삼성물산(028260), 삼성생명(032830), 신한지주(055550), LG생활건강(051900), LG전자(066570), 롯데케미칼(011170)등도 전날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이중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5조64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03%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주식 액면분할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거래 정지될 예정이다.

현대차(005380)는 5% 가까이 하락하며 시장 분위기에 역행했다.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고 발언한 것이 주가 움직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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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스닥지수도 나흘만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데 성공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9%(9.46포인트) 상승한 879.39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140억원, 365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384억원 순매도했다.

◇ “일시적 반등…방심은 금물”

국내 증시가 모처럼 1% 이상 올랐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추세적 상승 흐름의 시작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회담 등 호재를 앞두고 수급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리스크 요소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반도가 해빙 분위기였지만 현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우위가 지속돼왔다”며 “선언적인 내용은 이미 상당부분 공개됐고, 실질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오늘 외국인 투자자들도 단기적인 기대감에 베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도 잠시 멈췄을 뿐 아예 종료된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올해 초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했던 미국발(發) 채권금리 상승도 국내 증시가 넘어야 할 산이다. 25일(현지시각)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3.027%까지 치솟았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미 채권금리 상승으로 대외환경이 불안정하다”며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살아있는 종목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