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초대형유조선(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가격이 4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조선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26일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규 VLCC 가격은 지난달 18일 기준 8600만달러(약 928억원)로 한달 전보다 150만달러(약 16억원) 올랐다. VLCC 가격은 조선업 경기가 호황이던 2009년 1월 1억5000만달러에 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경기가 위축되자 줄곧 하향세를 그리다 작년 3월엔 80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VLCC 가격은 작년 10월과 11월에도 8100만달러에 머물렀으나 작년 12월 8150만달러, 올해 1월 8300만달러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5만 DWT(Deadweight Tonnage·배에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 톤수)급 선박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 선박 가격도 2개월 연속 올랐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4400만달러였으나 2월에 4450만달러로 올랐고, 지난달엔 4600만달러로 상승했다. 케이프사이즈는 극동지역과 유럽지역을 오갈 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에는 배가 커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쪽에 있는 곶(cape)을 돌아가야 하는 선박을 가리킨다.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가격도 작년 12월 1억7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1억1000만달러로 올랐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등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도 2개월 연속 늘었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에 전세계 선박 발주 물량의 42.2%인 262만9933CGT(Compensated Gross Tonnage·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를 수주해 중국(196만CGT)과 일본(80만CGT)을 앞질렀다.

지난달 18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81척(569만3000CGT)으로 한 달 전보다 4척(26만3000CGT)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80척(389만5000CGT)에서 81척(394만6000CGT)으로,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58척(299만9000CGT)에서 60척(310만9000CGT)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