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사용했다는 매크로(macro)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990년대부터 매크로와 전쟁을 해온 게임사들의 대응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매크로를 사용해 댓글을 조작하는 등 행위를 하면 업무방해 혐의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매크로 이용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매크로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PC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자동으로 사냥하거나 캐릭터의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을 때 스스로 적절한 스킬을 사용하도록 해준다.

최근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들은 자동 전투 기능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플레이하게 해 주는 앱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매크로가 사용되면서 게임업계는 지속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PC게임에서 매크로를 사용하면 몬스터를 자동으로 사냥할 수 있다.(해당 사진은 본 내용과 관계 없음)

◇ 매크로 잡기위한 게임사들의 노력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부당하게 게임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대응 정책을 구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매크로 프로그램 적발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모니터링하는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의심되는 경우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자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차단하고 있다. AI가 비정상적인 게임 패턴과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게임 영상 패턴을 학습해 이를 적발해 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또 게임 이용약관에 게임 이용자가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 장치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조항도 명시하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을 서비스하는 펄어비스는 이달 초 매크로 등의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을 포함한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 제재 법적 근거 없어 게임사 노력 실효성 의문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매크로 이용자들에게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임사 이용약관에서도 매크로 사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규정은 나와 있지 않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 시 이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만들어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매크로 이용자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게임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어 이러한 불법 프로그램 등에 대한 꾸준한 수요로 불법 프로그램 등이 제작, 배포, 유통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다수 사용자가 매크로를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앱플레이어를 이용하여 PC 환경에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한다”면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더라도 게임사들은 선의로 사용하는 이용자들과 악의로 사용하고 이용자들의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