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지털 세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혁신을 만드는 보험사가 될 겁니다."
ING생명의 정문국 사장은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도입한 이유를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보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날로그 세대'인 사장이나 임원이 아닌 젊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직접 회사를 바꾸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ING생명의 본사 직원 500명 중 200명은 지난 1일 기존 부서에서 짐을 쌌다. 구글 등 미국 IT 기업들이 많이 도입하고 있는 '애자일 조직'으로의 개편이 이뤄지면서다. 업무 기능별로 나뉘어 있던 마케팅본부와 운영본부가 해체되고 그 밑에 10명 내외의 직원으로 구성된 16개의 소(小)팀이 설치됐다.
마케팅만 하던 직원, 상품 개발만 하던 직원, 영업만 하던 직원이 한 팀에 모여 '2030고객을 위한 팀' '4050고객을 위한 팀' 등을 만들었다. 2030팀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에 맞는 보험상품 개발' '취업, 결혼 등 인생 주기에 맞춘 고객 서비스' 등을 고민하는 식이다. 부서 간 미팅이 사라지고 결재 단계가 축소되면서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졌고, 직원들은 타깃 고객층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회사 간 '파이 뺏기'가 이뤄지는 저성장 시기에는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누가 더 빨리 접근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했다.
ING생명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새 인수자 찾기에 나선 상태다. 현재 KB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ING생명은 2014년 정 사장이 경영을 맡은 뒤 순항하면서 작년 말 기준 총자산 31조4554억원(생보업계 6위), 당기 순이익 3402억원을 달성했다. 보험사 재무 안전성 지표인 RBC 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도 455%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다. 정 사장은 "ING생명은 까다로운 유럽 본사의 재무 기준을 따라왔기 때문에 보험사의 재무 안전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어도 타격이 작다"고 했다. 그는 "앞으론 저축성 보험 등을 많이 팔아서 하는 몸집 불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누적된 혁신 역량을 통해 국내 보험사들과 '정면 승부'를 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