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논을 밭으로 바꾸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쌀생산조정제)를 도입했지만 농촌의 호응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올해 쌀 생산조정제 적용을 신청한 농가들의 재배면적은 3만2500㏊로 목표 5만㏊의 65% 수준"이라고 밝혔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옮겨갈 경우 정부가 논 1㏊당 한 해 340만원의 보조금을 2년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초부터 농민들에게 혜택 신청을 받았고, 농민들 신청이 부진하자 3월 말이었던 신청 기한은 이달 20일까지로 늘려 잡았다.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최근 3년간(2015~2017년) 국내 연평균 생산량이 417만톤으로 적정 수요량(370만톤)을 넘어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인 쌀 시장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직접 나서 두 달 넘게 신청을 독려했는데도 생산조정제 신청 실적이 부진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병희 전업농연합회 사무총장은 "농민 중 상당수가 수십년간 쌀농사를 지어온 노인들인데, 2년간 보조금 몇 푼 받자고 다른 작물로 갈아탈 리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촌인구 242만2000명 중 70세 이상은 70만8000명으로 전체의 30.1%, 65세 이상은 전체의 42.5%에 달한다. 임병희 사무총장은 "고령 농민들이 다른 작물을 재배하게 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쌀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도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쌀 가격을 유지해주는 모순된 정책(쌀수매제)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생산조정제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한 가마(80㎏)당 12만원대로 폭락하자 7200억원을 들여 쌀 37만톤을 사들였다. 이후 쌀값은 오름세로 돌아서 현재 예년보다 비싼 가마당 17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태훈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쌀값을 올려놓아 농민들에게 '쌀값은 정부가 책임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