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느 때보다 강한 도전력을 필요로 한다. 무(無)경계, 초(超)연결로 대변되는 이 시대야말로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창조적 파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력은 추락하고 있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저서 '도전력'에서 지금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도전 정신의 상실, 기업가 정신의 추락이라고 주장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가 이미지 슬로건은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였다. 하지만 이 슬로건이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한국 경제의 역동성도 덩달아 사라졌다.

저자는 도전 정신이 추락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기업이 활발히 세대 교체되는 경제가 역동적인 경제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10대 기업 집단에 새로 진입한 곳은 사실상 롯데와 포스코 두 곳밖에 없다. 더 좋은 직장이 많이 생겨 근로자 이동이 활발한 경제가 역동적인 경제이다. 그런데 일자리 재배치율(1년간 일자리를 옮긴 근로자 비율)이 10년 새 62%에서 36%로 뚝 떨어졌다. 기업가 정신을 종합 평가한 지수는 30년간 5분의 2 수준으로 추락했다. 피터 드러커는 1996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저자는 인구 고령화, 선진국이 될수록 높아지는 위험 회피 성향, 강화되는 정부 규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중시 풍조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첫째로 감세(減稅)를 포함한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기술 발전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자유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함께 기업인과 국민의 의식 개혁을 역설한다. 변화는 불확실하기에 두렵지만 도전을 피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려 할수록 더 쉽게 위기를 맞기 때문이다.

책에 인용된 니체의 말 '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 기슭에 세워라'가 화두처럼 머리에 박혔다. 케인스주의에서 슘페터주의로 경제 정책의 전환을 역설한 변양균의 '경제철학의 전환'과 함께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