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보류됐던 금융당국의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인가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시절 채용 비리 청탁 의혹에 휩싸였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두번째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회장의 채용 비리 청탁 의혹은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인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달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인가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에 허용되는 발행어음 업무는 자기자본 200%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으로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해 초대형IB 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초대형IB로 인가받은 증권사 5곳(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중에서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배구조가 걸림돌이 됐다. 지난해 말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규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 김 회장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금감원이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미루자 김 회장의 3연임 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최근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인가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대비해 전략투자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다만 공석인 금감원장 인사가 언제 이뤄지느냐는 변수로 거론된다. 발행어음 인가는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차기 금감원장이 선임된 이후로 심사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미래에셋대우는 유로에셋 파생상품 불완전판매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 선고로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KB증권은 과거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영업정지 제재를 받아 다음달까지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