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상 범죄와 결부됐다고 판단되는 행위 하면 제재 가능
'드루킹 블로그'는 제삼자가 여닫아도 조처 취하지 않아
네이버 "수사 중 사안, 형이 확정돼야 제재 가능" 해명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늑장·축소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네이버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수사는 더불어민주당과 네이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에 대한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네이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뉴스 댓글을 공감순으로 화면에 먼저 노출되도록 하면서 여론조작의 판을 깔아줬다는 이유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네이버는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국내외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대해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면서 공감·비공감도 가능하게 하면서 조작에 매우 취약한 댓글 정책을 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가 불거진 이후 네이버는 댓글 정책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여론조작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명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 화면.

또, 네이버는 김씨가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대한 대응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공개상태였던 김씨의 블로그는 김씨가 더불어민주당 권리 당원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언론이 관심이 집중되던 시점인 지난 14일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김씨의 블로그는 17일 돌연 다시 공개됐다.

네이버는 이용약관에 따라 회원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행위를 하면 서비스 이용제한 및 적법 조치를 포함한 제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김씨가 직접 블로그의 비공개·공개 전환을 할 수 없음에도 해당 블로그가 여닫히는 것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경찰의 늑장·축소 수사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도 여기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 측은 “이용약관에 따르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제재 여부도 형이 확정돼야 가능한데 블로그 글마저 삭제돼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검토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네이버는 김씨 수사와 관련한 비난이 네이버로 쏠리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태도다. 네이버 측은 작년 국감 때 지적받은 댓글 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취했고, 경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의 요청이 있으면 자료 임의 제출 등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영장을 제시하면서 먼저 요청하지도 않은 개인정보를 먼저 수사당국에 넘겨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