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 회장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17일(현지 시각) 별세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류진 풍산(103140)회장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 회장은 부시가(家)와 오랜 인연이 있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이웅열 코오롱(002020)회장도 조문편지를 보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은 21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휴스턴 세인트 마틴 교회에서 열리는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바버라 부시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본 여성이다. 그의 남편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는 41대 대통령으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재임했으며 아들인 조지 워커 부시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43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바버라 부시(빨간색 겉옷) 여사가 2001년 아들 조지 워커 부시(앞에서 왼쪽)의 대통령 취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바버라 부시와 그의 남편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

부시 여사의 장례식은 초대된 사람만 보안 검사를 통해 참석할 수 있다. 주요 기업인 중에서 유일하게 초대된 류 회장은 부친인 고 류찬우 회장 시절부터 탄약 제조 등 방위사업을 해온 인연으로 미국 정치권 고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풍산은 1968년 설립돼 동과 동합금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군용·스포츠 탄약 등을 제조·판매한다.

방위산업 특성상 미국 정부와 접촉할 일이 많다 보니 류 회장은 부시 일가는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측근 등 정·재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통'으로 통한다. 그는 1997년 콜린 파월 전 장관의 자서전 ‘나의 미국여행(My American Journey)’을 번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류진 풍산그룹 회장.

류 회장은 미 공화당과 민주당을 넘나드는 인맥으로 한·미 간 메신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류 회장은 지난 2003년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방한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키고 부시 전 대통령 부자의 한국 방문을 수차례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 회장의 부친과 친분이 있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는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풍산 미국 현지법인인 PMX 준공식 때는 바버라 여사가 참석해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인천 청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레지던츠컵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을 골프 라운딩에 초청해 주목받았다. 당시 류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을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의 라운딩에 초청한 것은 물론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류진 회장의 모친인 고 배준영 여사의 상가에 수행원 없이 혼자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도 이런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류진(맨 오른쪽) 풍산그룹 회장이 콜린 파월(왼쪽 두번째) 전 국무장관, 버치 오터(가운데) 미국 아이다호 주지사와 함께 한 모습.

임진왜란 때 활약한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인 류 회장은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영문학과와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그는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