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에 노란 불이 켜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자금을 단기 투자처로 돌리기 시작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고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던 자산가들 사이에서 특히 '초단기채권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자금 회수 기간이 6개월 이내로 짧고, 은행 예금보다는 수익률이 낫기 때문이다. 3~6개월가량 시간을 두고 투자처를 살펴볼 예정이라면 예금 통장에 돈을 묵혀두는 대신 '초단기채 펀드'에 넣어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한 달 새 1조6360억원 투자금 유입

금융 정보 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초단기채 펀드 22개에 설정된 자금은 7조3998억원(18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2조원 이상 순유입했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1조6360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1조5930억원)을 넘어서고, 해외 주식형 펀드(3972억원)와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지난 2월 초 글로벌 증시가 한 차례 폭락한 이후 국내외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르자, 초단기채 펀드에 자금 유입이 집중된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뉴욕 다우지수는 2만3000~2만4000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국내 코스피 지수 역시 2400선에서 움직였다.

초단기채 펀드는 자금 회수 기간이 6개월 안팎으로 짧은 채권에 투자한다. 투자 적격 등급(BBB- 이상)인 50여 개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국공채 가운데 만기가 3~6개월 정도 남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만기가 짧은 회사채나 기업 어음(CP)에 투자하는 펀드, 마지막으로 국공채와 회사채를 적절히 섞어 투자하는 펀드로 구분된다. 환매 수수료가 없어 언제든 펀드를 팔 수 있다.

김진호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국내외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시장으로 넘어온 투자자들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새로운 투자처가 생기면 즉각 자금을 빼서 이동시킬 수 있는 초단기채권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개별 펀드로는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에 최근 한 달간 3115억원 가까이 몰리며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이어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1211억원), IBK단기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880억원), 한국투자e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327억원) 순이다.

◇수익률 연평균 1% 후반…예금보다 낫다

최근 초단기채 펀드 수익률이 일반 은행 정기예금이나 수시 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낫다는 점도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

초단기채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1.68%(18일 기준)로 은행 일반 정기예금(1.65%)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1년짜리 정기 예금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이자 수익이 거의 없는 반면, 초단기채 펀드는 가입 이후 환매할 때까지 수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수시 입출금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도 초단기채 펀드처럼 대기 자금이 몰리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1.37% 수준으로 낮다. 신용등급이 더 우량한 자산(BBB+ 이상)에 투자한다는 제약 때문이다.

일반 채권형 펀드와 비교해도 초단기채 펀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이 0.72%인데, 초단기채 펀드는 0.92%로 집계됐다. 한투e단기채펀드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이 1.22%,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는 1.2%다. 1년 장기 수익률이 2%를 웃도는 펀드도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1%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많지 않아, 증시 불확실성이 유지되는 한 당분간 초단기채 펀드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초단기채 펀드도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6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초단기채 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부도날 가능성은 낮다. 또 일반적으로 50여 곳 이상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1개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수익률이 조금 떨어질 뿐 원금 손해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초단기채 펀드는 좀 더 안전하다. 초단기채 펀드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