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지난해 수익에서 국내 굴지의 대형 증권사들을 누르며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상장업체로 따지면 코스피에서는 30위권, 코스닥 시장에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순이익 규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지난 한 해 53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무려 200배 넘게 급증했다. 또 3334억원의 매출과 26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역시 웬만한 중견기업들을 능가하는 실적이다.

5000억원대의 순이익은 증권업계에서도 보기 힘든 성적이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5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둔 업체는 두 곳에 불과하다. 그외 주요 금융지주사와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순이익도 모두 2000억~3000억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업체로 따지면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30위권으로 분류되는 성적이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면 당장 1위를 차지하고도 남는 위치다. 개별 기준으로 따지면 국내 유수의 에너지 기업들이나 손해보험업체, 게임업계 1, 2위 기업들도 앞질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빗썸의 순이익과 비교할 만한 규모의 업체가 없다. 4200억원대의 순익을 기록한 곳이 있지만 빗썸에는 미치지 못한다.

빗썸의 순이익은 직원 수를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신규 채용에 주력하면서 직원 수가 현재 300여명으로 증가했지만, 실적이 공시된 지난해 빗썸의 직원 수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는 대형 증권사들이 통상 3000명 안팎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엄청난 성과다.

빗썸 실적 발표 직후 매출, 영업이익보다 많은 순이익도 화제였다. 빗썸의 순이익은 매출보다 2000억원 가량 많으며, 영업이익과 비교해서는 2배나 된다. 일반 제조업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이는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평가분이 영업외 수익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빗썸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2924억원 규모로, 기존 보유분과 고객 수수료로 받은 것이 합쳐진 수치다.

빗썸 관계자는 “암호화폐 매도 때는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지만, 매수시에는 고객이 매수한 암호화폐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며 “현재 쌓인 암호화폐 보유분은 99% 고객 수수료로 받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거래가 지난해 고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거래소의 수익 구조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연말 사세를 확장하면서 정부의 정규직 일자리 확대 기조에 맞춰 고객센터 상담 직원의 전원 정규직화를 선언하는 등, 신규채용에 매진했던 빗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부담이 커진 상황.

빗썸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검증과정을 통해 일부 신규 코인을 상장했다. 3월 이후 빗썸에서 거래가 시작된 아이콘과 비체인, 트론, 엘프, 미스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전문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빗썸프로를 오픈해 증권사 HTS 수준의 차트와 매매기법 등을 선보였다.
또 지난 2월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최초로 통합 보안 솔루션을 제공, 거래소 서버뿐만 아니라 회원 PC와 모바일에서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빗썸의 올 한해 비즈니스 플랜의 초점은 매매의 편리성 강화 외에 결제수단의 확대에도 맞춰져 있다. 3월 전국 5만여 등록 숙소를 보유한 ‘여기어때’를 시작으로 B2B 마켓 전문 쇼핑몰 ‘인터파크비즈마켓’, 그리고 전자 지불결제 서비스 ‘페이즈’ 등 결제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마켓 리더들과 제휴를 체결했다. 암호화폐를 현금이나 카드처럼 활용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춘 조치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인재 확보도 필수다. 이미 빗썸은 올해 초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최대 400여명에 이르는 인력 채용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일환으로 3월 1일에는 콜센터 상담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현재 400명을 넘는다. 기존 은행증〮권 등 금융권에서 상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빗썸 관계자는 “채용이 마무리되는 올 연말쯤이면 직원 수 800명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전문 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올 연말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 만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매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