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 육성을 위해 상장(上場)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정부 정책에 힘입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IPO 시장은 신규 상장 건수(14건)와 공모 금액(약 4870억원)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1분기는 'IPO 비수기'로 불린다. 대부분의 기업이 12월 결산법인인데, 3개월 정도 걸리는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상장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수기임에도 1분기 상장 실적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상장 건수의 경우, 2014~2015년 각각 3건이었지만 그 이후엔 3년 사이 4배 넘게 늘었다. SK증권 이지훈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에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데다 대기업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IPO 시장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 14개 중 13개가 코스닥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상장 종목은 14개다. 이 중 '애경산업'을 제외한 13개 모두 코스닥에 상장됐다. 카페24(공모액 513억원)는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 1호로 주목받았다. 테슬라 요건 상장이란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처럼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기술력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 장래 성장성이 있는 업체의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또 코넥스 '대장주'였던 엔지켐생명과학(431억원),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 플랫폼 기업으로 처음 상장에 성공한 케어랩스(260억원) 등 화제를 몰고 다닌 종목이 즐비하다.

흥행에서도 성공한 곳이 많다. 링크제니시스(소프트웨어 개발사)와 린드먼아시아(중소·벤처기업 전문 투자조합)는 1000대1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스테오닉(의료 기기 업체)과 케어랩스, 카페24의 공모주 청약에도 각각 배정 주식 수의 998배, 886배, 731배 수요가 참여했다. 보통 IPO 시장에서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200~300대1을 넘기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애경산업의 청약 경쟁률이 2.38대1에 그친 것에 반해 코스닥 신규 상장 종목들은 대부분 수백대1의 경쟁률을 달성했다.

30년간 IPO 업무를 담당한 KB증권 최성용 본부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혁신 기업 상장을 적극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 IPO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올해 IPO 시장 공모 금액은 작년보다 10%가량 늘어난 9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코스닥이 4조원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 손실 가능성도 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앞으로도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는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비롯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이 주를 이뤘다면, 4월부터는 대형사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공모 금액이 각각 1조원,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SK루브리컨츠(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와 현대오일뱅크,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유통을 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와 이 게임 개발사인 블루홀, K-OTC(한국 장외 시장) 시가총액 1조원에 달하는 매트리스 전문 업체 지누스 등이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모주 투자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상장이 되면 공모가보다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쏠쏠한 수익을 내는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장 종목들도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기준 수익률이 평균 61.6%에 달한다. 14개 종목 중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낮았던 종목은 'SG'(건축소재) 하나뿐이다. 하지만 IPO 열풍인 시기에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관심이 쏠릴수록 공모가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고,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으면 할당 주식이 몇 주 안 돼서 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 투자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신규 종목은 2~3개월 정도가 지나야 주가가 자리를 잡는데, 이 기간 기업의 민 낯이 드러나며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최성용 본부장은 "기업 정보를 꼼꼼히 확인할 자신이 없는 투자자에게는 공모주 청약보다는 최근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 가입을 추천한다"며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가 벤처펀드에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