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신청자의 부채 내역을 포괄적으로 파악해 좀 더 엄격하게 돈을 빌려주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지난달 26일 은행권에 도입됐다. 금융 당국은 7월부터 2금융권에도 DSR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10월엔 은행권에 일괄 적용되는 DSR 기준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더 강력해진 가계 대출 규제책인 DSR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7개의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1.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란?

DSR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게 하자'란 취지로 도입됐다. 그래서 모든 가계 대출에 대해 대출자의 부채와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반영한다. 주택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기존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대출자의 부채를 평가할 때 주택 담보대출 외의 다른 대출에 대해선 연간 이자 상환액만 빚으로 잡는다. 하지만 DSR은 다른 대출의 연간 원금 상환액까지 부채로 간주한다. 주택 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더한 뒤, 연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DSR 기준을 100%로 잡았다면,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은 연간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2. 부채 산정은 어떻게?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은행은 '여러 금융사에서 받은 기존 대출들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에 '신규 대출로 향후 1년간 내게 될 원리금 상환액'을 더한 뒤 이를 연간 소득으로 나눠 대출자의 DSR을 계산한다. 대출 종류에 따라 원금 상환액 산정 방법이 다르다. 주택 담보대출은 원금 분할 상환을 가정해 계산한다. 20년 만기로 주택 담보대출 5억원을 받았다면 연간 원금 상환액은 5억원을 20년으로 나눈 2500만원이 된다. 거치 기간이 있다면 그만큼은 대출 기간에서 뺀다. 반면 전세 대출은 이자 상환액만 부채로 잡는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상환을 하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원금 상환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본다. 신용 대출은 10년 분할 상환으로 계산한다. 이자 상환액은 모두 실제 부담액으로 본다.

3.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어떻게 되나?

DSR로 따지면 신용 대출이 많은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예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신DTI엔 반영되지 않던 신용 대출의 원금 상환액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가 그렇다. 과거엔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나가는 연이자만 따졌다. 하지만 DSR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10년 분할 상환으로 계산한 원금도 따져서 부채로 잡는다. 예컨대 직장인 A씨가 연 4%로 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을 쓴다면 과거엔 연이자 200만원(=5000만원×4%)만 부채로 잡았지만, DSR은 마이너스 통장을 10년 동안 나눠 갚는다고 보고 원리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부채가 700만원(=(5000만원÷10)+200만원)으로 계산된다.

4. 소득은 어떻게 산정하나?

최근 1년간 소득을 따진다. 그렇지만 최근 2년간 소득을 검토해 그 차이가 20% 이상으로 큰 경우에는 2년간 소득을 평균 내 반영한다. 만약 승진 등으로 최근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면 최근 1년 소득만 반영할 수도 있다. 신입 사원처럼 소득이 발생한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소득을 1년치로 환산한다. 입사 후 소득 발생 기간이 1개월 미만이라면 소득 증빙이 어려워 대출받기 어려울 수 있다.

5. DSR 대출 제한 기준은?

대출이 제한되는 '고(高)DSR' 기준은 각 은행이 자유롭게 정하고 있다. 고DSR에 해당되면 신용 등급에 따라 추가 심사를 하는 은행도 있다.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 대부분은 신용 대출의 경우 DSR이 150% 넘는 차주에 대해 대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거나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담보대출은 DSR이 100%를 넘으면 '허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200%를 넘으면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

6. 가계 부채 한도 감소 효과는?

DSR 도입으로 부족한 주택 담보대출 한도를 다른 대출로 메우는 '우회로'가 막히게 된다. 예를 들어 상가 담보대출 3억원(10년 상환·연 5%), 카드론 1000만원(3년 상환·연 8%)이 있는 무주택자 B씨(연봉 5865만원)가 조정 대상 지역이 아닌 수도권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 담보대출(20년 상환·연 3.5%)을 받을 경우를 살펴보자. 신DTI 기준으로 A씨는 2억7800만원까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DSR은 104%로 100%를 넘게 된다. DSR을 100%로 맞추면 B씨의 대출 한도는 2억4000만원으로 3800만원 줄어든다.

7. DSR 산출 예외는 없나?

서민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민 금융 상품(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사잇돌 대출, 징검다리론 등), 대출 금액 300만원 이하의 소액 신용 대출, 취약 차주 채무 조정 상품 등은 DSR 산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적금 담보 대출 등 담보가 확실한 대출도 예외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