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해외출장과 셀프후원 의혹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는다"며 "누를 끼친 대통령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본인의 사임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김 원장과 관련해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 및 보좌직원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비용 해외출장, 인턴 동행 출장 등의 위법성 판단 여부를 요청했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셀프후원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김 원장은 청와대에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하기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공직을 다시 맡는 것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깊었다. 몇 해 전부터 개인적으로 공적인 삶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도 누군가와 했던 약속과 의무감으로 버텨왔다"며 "제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이후 벌어진 상황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그는 "저에 대해 제기된 비판 중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 저의 삶이 뿌리째 흔들린 뒤 19살 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30년 가까이 지켜왔던 삶에 대한 치열함과 자기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생긴 일이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반성하고 성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과정에서 고통받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또한 저로 인해 한 젊은이가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억울하게 고통과 상처를 받은 것에 분노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가 본인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 후배의 지적은 정당하고 옳은 것이었다"며 "그때 이미 저의 마음을 정했다. 다만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며 "다시 한번 기대하셨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