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금융감독원이 흔들리고 있다. 한달여만에 두명의 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최흥식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의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지난달 12일 사임한데 이어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고액 강연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김기식 원장도 16일 결국 사임했다.

연합뉴스

두명의 원장이 한달여 만에 잇따라 불명예 퇴진한 금감원은 도덕적 상처와 함께 위상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금융개혁의 주체인 금감원이 갖춰야할 가장 큰 자격 요건은 도덕성과 투명성이다. 대표적 규제산업에 속한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영(令)이 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 채용비리에 이어 두원장도 도덕적 흠결로 중도 퇴진함에 따라 금감원의 신뢰와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금융개혁의 동력도 잃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의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이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도 금감원장 선임이 지연될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비롯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 한국GM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금감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현안 처리는 차질을 빚게 된다.

금감원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최흥식 전 원장이 인력 80%를 이동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직후 전격 사퇴한데 이어 김 원장도 14일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감원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또다시 인사가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감원 내부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이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며 “직원 사기는 바닥이며 조직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최흥식 전 원장도 그렇고 김 원장도 결국 개혁을 하겠다고 온 사람들인데 이렇게 줄줄이 사임하게 되면서 금융사들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금융당국의 수장이 결정되면 그의 정책과 방향성을 보고 금융사들이 맞추는 것인데 지금은 도저히 어떻게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