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수가 지난 2월과 3월 두달 연속 10만명대로 추락한 ‘고용쇼크’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아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고용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안이한 현실 인식’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지나치게 단정적인 표현으로 방어하다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16.4% 인상이 실행된 지난 1월 이후 음식·숙박업의 비숙련 근로자의 고용이 크게 감소한 데 이어, 지난 2월부터는 자영업자 취업자도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의 발언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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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인상, 고용부진 가중시킨 요인…없었으면 취업자 20만명은 가능”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2~3월 취업자 수가 10만명대로 둔화되고, 청년층의 고용이 악화되는 등 최근 전반적인 고용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작년 동기(2~3월)간에 대한 기저효과, 조선ㆍ자동차 등 업종별 구조조정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 2~3월 취업자 증가규모 둔화 흐름이 ‘지표가 너무 좋았던’ 지난해 2~3월의 반작용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지난해 2월과 3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각각 39만6000명과 44만6000명. 취업자 증가규모가 월 평균 20만~30만명대에 불과했던 최근 3년간의 흐름과 비교하면 지난해 2~3월의 고용지표는 이례적으로 괜찮았던 경우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올해 2~3월 취업자 증가폭은 평균치에 못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른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등을 감안하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늘어날 환경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김 부총리의 시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 부총리의 발언이 고용시장의 상황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시각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지난 2,3월 고용지표 부진은 전년도에 대한 기저효과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도소매·서비스업 취업자 감소와 자영업자 폐업 등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결과”라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없었다면)취업자 증가폭이 월 평균 20만명은 넘어섰을 가능성이 큰 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10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고 보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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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vs “현실 모르는 얘기”

전문가들은 특히 자영업 취업자 감소에 대한 김 부총리의 시각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취업자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6만3000명과 8만400명 줄었다. 이에 대해 일용·임시직에서 시작된 비숙련 근로자의 고용조정이 자영업 부분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에 김 부총리는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감소중이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개인서비스업의 고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체 자영업 종사자는 줄어들더라도 고용인원이 1명 이상인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 부문이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고용원이 1명 이상인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겠지만, 정책당국이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고용원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근근히 버티다 폐업으로 밀려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지표 부진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고 볼 근거가 없는데,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나올 발언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급 인사는 “(김 부총리 말대로)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축소에 아무 영향이 없었다면 정부는 무슨 근거로 3조원에 이르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어서 자영업자들을 지원한 것이냐”면서 “김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한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겹쳐 부득이하게 일자리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부총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면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기재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으며, 도소매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진짜 급했으면 예비비라도 써야”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폭(16.4%)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정부가 진짜 최근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추경 보다는 바로 집행이 가능한 예비비 등을 써서 급한 불부터 잡겠다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고 추경안 국회 통과만이 실업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정부의 최근 입장을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김 부총리가 지속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의 신축적인 조정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에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면서 그동안 발언과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혹시라도 정부가 내년에도 두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