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자사(自社) 첫 신약인 폐암 치료제 '올리타'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출시된 경쟁사의 폐암 치료제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데다 중국 협력사의 공동개발 포기로 계획했던 중국 내 임상까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2015년 올리타는 글로벌 제약사와 8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하면서 제약업계와 시장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상용화는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리타의 개발과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했고, 후속 절차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비(非)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小細胞癌)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 2016년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시험의 최종 단계인 3상 실시를 전제로 국내 27번째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최근까지 일부 환자들에게 이를 판매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리타를 복용 중인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정 기간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개발 중단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가 지난해 11월 미국 허가를 비롯해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판매될 뿐 아니라, 최근 국내에서 타그리소가 건강보험 급여까지 받게 되면서 올리타는 임상 환자 모집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달 말 중국 자이랩이 올리타에 대한 공동 개발을 포기하면서 세계 최대 폐암 시장인 중국에서의 임상까지 수포로 돌아갔다. 한미약품이 1~2년 내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이미 자리를 잡은 경쟁사 신약 때문에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 3상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보다 다른 20여 개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상 3상은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의 70% 이상이 들어갈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7억3000만달러(약 7800억원) 규모의 올리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임상 도중 환자가 사망했고, 이듬해 9월 계약 해지와 함께 임상이 일시 중단되는 일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은 당시 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받고도 다음 날 뒤늦게 증시에 알려 '늑장 공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