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기싸움' 벌이다 12월·1월부터 대량 납품
올해 삼성전자 프리미엄 TV서 LGD 패널 비중 높아진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월까지 LG디스플레이(034220)로부터 TV 핵심부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5만장을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넘게 계약서를 앞에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두 라이벌 회사의 부품 협력관계가 본격화된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에 걸쳐 각각 2만5000장의 TV용 LCD 패널을 공급했다. 주로 60인치대 이상의 대형 패널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급된 패널은 전량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TV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두 회사의 실무진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6월쯤에도 LG디스플레이는 약 5000대~6000대 수준의 TV용 패널을 삼성전자에 시범적으로 공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본격 양산라인에 적용하기 이전에 삼성전자가 일종의 적합성 테스트를 시행하기 위해 주문한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온 LG전자 계열사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13년까지만 해도 OLED 기술 유출 공방, LCD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갈등 관계에 있었다.

이같은 갈등 관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LG전자 계열사로부터 LCD를 공급받기로 한 데는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납품해 온 일본 샤프가 2016년말 갑작스럽게 공급 물량을 끊은 사건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 기업은 뒤통수를 친다'는 등의 발언으로 유명한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홍하이 그룹 회장이 샤프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에 LCD 공급을 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샤프로부터 끊긴 물량을 중국, 대만 등의 디스플레이 기업으로부터 급하게 확보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전체 TV용 패널에서 중국계 디스플레이 기업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TV 제품의 약 70% 이상이 이노룩스, AUO, 차이나스타, BOE 등에서 생산한 패널을 탑재한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은 30% 이하에 머물러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패널 재고 부족으로 홍역을 앓고 난 이후 디스플레이 업계 상황이 다시 공급과잉으로 전환되면서 1년전과 비교해 두 기업의 계약 필요성은 다소 낮아진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LG로부터 패널을 받는 이유는 프리미엄 TV에 중국산 패널을 쓴다는 인식이 TV 마케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올해 내내 TV용 패널 계약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에 정통한 관계자는 "60~70인치대 패널 계약을 확대해 기존 5만대 규모의 공급계약 규모가 몇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