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가 개발한 생각을 읽어주는 웨어러블 기기 알테르에고를 착용한 남성이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공개한 동영상이 화제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자는 마트에서 6.29달러짜리 샌드위치와 2.69달러짜리 통조림, 1.09달러짜리 과자를 바구니에 담는다. 이 남자가 머릿속으로 '6.29 더하기 2.69와 1.09는…'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귀와 턱을 감싼 기계가 음성으로 알려준다. "전부 10달러7센트 입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기계가 인간의 생각을 읽고 동작을 수행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시연 영상이다. MIT 미디어랩은 머리에 쓰면 생각을 읽어주는 웨어러블 기기 '알테르에고(AlterEgo)'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기의 길이는 한 뼘 정도로, 한쪽 귀와 턱선, 입을 감싸는 디자인이다.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과 유사하게 생겼다.

제품의 원리는 우리가 실제 입을 움직여 말을 하지 않고 생각만 했을 때 미세하게 움직이는 턱과 얼굴의 근육 움직임을 포착해 기기가 읽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입을 다문 채 '왼쪽, 오른쪽'을 생각하면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때 우리의 얼굴 근육도 이런 생각에 맞춰 말을 할 때처럼 미세하게 움직인다. 알테르에고는 이 신호를 읽어낸 다음, 기존에 축적된 근육 움직임 데이터를 바탕으로 착용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분석해 명령을 수행한다. MIT 측은 현재 이 기기가 20개 영어 단어를 인지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2%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등 음성인식 기술과 AI(인공지능)가 결합된 신규 서비스들이 보급되는 가운데 아예 음성이 없어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차기 기술들이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IT기업 엔테크랩(NtechLab)은 CCTV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의 연령과 성별,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기술을 개발해 모스크바의 CCTV 15만대에 탑재했다. 범죄자를 색출하거나 추적하는 용도로 쓰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용의자가 '43세, 남성'이라고 한다면 CCTV는 그동안 누적된 얼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령과 성별을 파악하고, 감정 상태가 '불안, 초조, 화남' 등으로 특이한 사람을 추려내는 것이다. 일본의 파나소닉도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이 얼굴을 촬영한 사진과 적외선 센서로 사람의 몸 상태와 감정을 정밀하게 판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