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주변 58만㎡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이 수립되면서 일대 미개발 땅으로 남은 롯데칠성음료 부지 개발 계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롯데칠성 부지 개발안을 다시 논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초구청은 지난 5일 강남역에서 서초역까지 이르는 서초대로 일대 58만㎡에 대해 사유지 도로, 법원단지와 롯데칠성 부지 등 구역별로 주변 여건에 맞춰 용도 지역을 상향하는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하고 열람 공고에 들어갔다.

서초구 롯데칠성, 코오롱 부지 일대 개발 예시도.

이번 지구단위계획안의 주요 골자는 도로 미보상 토지 ‘선 기부채납’ 도입과 법원단지 일대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 지정, 장기간 방치된 롯데칠성·코오롱 부지 일대 블록별 자율개발 허용, 민간 주도의 신개념 도심재생기법인 ‘서초형 타운 매니지먼트’ 도입 등이다. 서초구청은 주민 열람 공고 후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달 말 서울시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장기간 방치된 롯데칠성과 코오롱 부지 등 대규모 미개발지 8만㎡도 다시 개발사업에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서초구에 따르면 일대 토지 소유 현황에 따라 동일 소유 부지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부지 간 연계 개발, 소규모 인접 부지 간 블록별 자율 개발 등을 허용하는 내용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서초구 서초대로 일대 58만㎡ 지구단위계획구역 위치도.

롯데칠성과 코오롱 부지 일대는 복잡한 토지 소유 구조 문제로 그동안 소유주 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롯데는 지난 2009년 12월 처음으로 롯데칠성 부지(4만3438㎡) 일대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 이후 수정·보완 작업을 거듭했지만, 10년 가까이 진척이 더뎠다.

서초구는 부지 일대 세부개발계획이 수립되면 용도지역 상향을 검토해 인근 삼성타운의 두 배 규모에 이르는 부지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복합센터 등도 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초대로변 일대 법원단지와 롯데칠성, 코오롱 부지에는 주민이나 상인, 건물주 등이 함께 주도해 거리의 활력을 살리는 ‘서초형 타운매니지먼트’도 도입을 추진한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처럼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관이 주도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자율적으로 꾸미고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기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이 총수 구속과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롯데칠성 부지 개발이 계획대로 재추진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롯데는 당초 이곳에 55층 높이의 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서울시 요구에 따라 47층으로 낮췄다. 롯데 측이 제안한 개발 부지의 연면적은 약 36만7000㎡로, 업무용 빌딩과 호텔, 복합 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롯데는 해당 부지의 지정 용도를 2·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 및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 공공개발센터 관계자는 “2016년 2월 롯데 측에 마지막으로 제안서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는데, 그 뒤로 진척이 없었다”면서 “서초구의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롯데칠성 부지 개발안을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해왔고, 이번에 서초구의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인해 서울시와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