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면세업계에 제시한 제1터미널 임대료 조정안 답변 마감일인 10일이 다가온 가운데 SM·엔타스·시티플러스·삼익 등 중소·중견 면세점은 공사 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 등 대기업이 백기를 든 상황에서 중소·중견 4사는 정부에 해결을 요청하고 ‘버티기’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공항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답변 마감일이 다가왔지만 SM·엔타스·시티플러스·삼익 4사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2가지 임대료 인하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대기업보다 더욱 힘든 경영환경에 놓여있는 만큼 추가적인 임대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는 지난 9일 청와대 신문고와 중소기업벤처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중소기업 보호정책을 요청했다. 중소·중견면세점들은 오는 11일 열리는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공청회에서도 공사 측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재차 밝힐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지도. 위쪽 일직선으로 뻗은 부분이 탑승동, 아래편 왼쪽이 서편, 오른쪽이 동편이다. 현재 제2터미널이 개장하며 동편과 탑승동을 이용하던 대한항공 등이 2터미널로 이동하게 됐다. 현재 서편을 이용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은 동편으로 이동하게 되고, 서편에는 외항사와 LCC가 자리잡는다. 이에 따른 여객 감소율은 서편 43.6%, 동편 30.1%, 탑승동 16.1%로 추산된다.

중소·중견면세점의 주요 요구사항은 중간 정산 없는 37.5%의 일괄임대료(최저보장액) 인하, 품목별 영업요율(매출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지급하는 것)에서 대기업과 차별화된 35~40% 할인, 면세점 임대료 외 영업지원 시설(물류창고 등)에 대한 임대료 인하 등이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은 최저보장액과 영업요율 중 높은 금액을 임대료로 납부하고 있다.

공사와 면세업체들은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협상해 왔다. 2터미널로 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가 옮겨가며 기존 1터미널 여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공사 측은 지난달 22일 기존 임대료를 27.9% 인하한 후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감소분을 계산해 조정하는 1안과, 임대료를 30% 인하한 뒤 전년도와 매출 추이를 비교해 추가적으로 재조정하는 2안을 면세업계에 제시하고 4월 10일을 최종 답변 기한으로 정했다.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이중 1안을 수용한 상황이다.

공사는 중소·중견 면세점이 이날까지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직권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직권 조정 안으로는 대기업 면세점이 수용한 1안이 유력하다. 공사의 기본 입장은 모든 입점 기업이 같은 조건하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21일 오전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중소중견 면세점 입주업체들.

중소·중견면세점 4사 대표는 지난주 공사측과 개별 면담에 나섰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 관계자는 “공사측이 기존 안을 수용하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기업 면세업체가 일찌감치 공사의 제안을 수용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수용하지 않은 배경엔 기존 롯데가 운영하던 1터미널 면세사업권 재입찰이 있다. 공사는 빠르면 이번주 내로 해당 사업권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업체는 조건이 맞는다면 얼마든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공사와 굳이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지만, 해당 사업권 입찰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잃을 것이 없는 만큼 기존 사업부지 임대료 조정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