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증권 등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사고가 잇따르면서 삼성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정전 사고, 같은 달 19일 삼성물산이 시공한 평택 물류센터 공사 현장의 인명 사고, 이달 6일 삼성증권의 100조원대 주식 배당 실수 등 최근 한 달 새에만 큰 사고 세 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올 2월에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서 대형 현수막이 거꾸로 펼쳐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과거 그룹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조직 관리를 경쟁력으로 삼아온 '관리의 삼성'에서 보기 드물었던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을 작년 2월 해체하고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을 도입했다.

최근 발생한 주요 사건들은 실제로 과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일들이다. 정전 사고가 났던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작년 7월에 준공한 최신 공장이다. 지난달 정전은 외부 요인이 아닌 삼성전자가 직접 운용하는 사내 변전소의 전력 개폐 장치 고장이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약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복구를 위해 이틀가량 공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전력 관리가 필수적인 반도체 공장, 특히 관리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삼성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삼성전자 평택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5명이 추락해 1명이 사망한 사고도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현장 작업자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쯤에도 추락 원인이 됐던 작업대가 흔들거리는 문제로 작업이 전면 중단됐었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급박하게 작업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현안 해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중 삼성의 순환 출자 해소가 가장 더디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삼성은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미래전략실이 나서서 일사불란하게 계열사의 지분 매각 등 지배 구조 개편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계열사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는 한없이 늘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전자·물산·금융 등 3개 주요 사업부별로 각각 설치돼 있는 TF(태스크포스)팀이 이같이 전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자율 경영 체제가 과거 컨트롤타워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