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도시재생 뉴딜(New Deal)'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전국 쇠퇴지역 500곳에 5년간 50조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정책의 향방과 성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취합해 1년여간 세부 내용을 다듬은 정부는 지난달 27일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노후 주거지 환경 개선, 청년창업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250곳의 혁신거점 조성,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 선제 대응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도시재생 정책은 법과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쇠퇴지역 주민의 주거복지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도시재생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할 뿐 아니라 단기간 재정 지원이 끝나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지금까지 해온 정책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노후 주거지에 선진국 수준의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지역 기반의 다양한 도시재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재정지원 규모와 참여 주체를 확대했다. 지역 주민과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자생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장기적 관점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국민이 체감하는 실효성을 내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해당 지역 주민의 주거복지와 삶의 질 향상이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노후·쇠퇴지역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소단위 정비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집수리 지원, 새뜰마을, 행복주택 등 서민 주거 정책이 도시재생과 긴밀히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인적 자원 육성으로 도시재생 사업과 지역사회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재생 경제 조직이 자생력을 확보해 앞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도시재생 뉴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초기 사업비 부담 등 민간 사업자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역 공기업은 국공유지, 노후 청사, 빈집 등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지원할 수 있다. 수익성이 다소 낮아도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력을 가지려면 공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은 주민, 지역 공동체, 민간 기업, 지자체,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사업 주체끼리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은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정책이 아닌 마라톤과 같은 장기 레이스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밑바탕 돼야 쇠퇴한 도시가 활력을 되찾고, 더 큰 사회 통합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