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일 넘긴 드릴십 총 7척 보유…일부는 충당금 미적립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이 과거에 수주했던 드릴십(Drill ship·시추선) 계약이 잇달아 해지되고 있다. 드릴십을 주문했던 발주처들이 2014년 말부터 진행된 저(低)유가 여파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인도를 연기하다가 끝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최근에 계약 해지된 드릴십 외에 인도 예정일을 넘긴 드릴십이 아직 3척, 4척씩 남아 있다. 모두 2012~2013년 수주계약을 맺고 80% 넘게 공정이 진행됐지만, 발주처 사정으로 인도 예정일이 늦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할 때 총계약액의 20~30%를 선수금으로 받고 잔금은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다. 발주처가 계약을 해지하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갖고 선박을 다른 곳에 매각해 공사비 등을 회수한다.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 드릴십 가격이 1척당 5억5000만~6억달러(5900억~6400억원)에서 3억~3억5000만달러로 40% 안팎 떨어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미인도된 드릴십을 다른 곳에 매각한다 해도 건조대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미인도 된 일부 선박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쌓아놓지 않아 추가 손실 가능성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극지(極地)용 드릴십

◇ 삼성重, 미인도 드릴십 3척 보유

삼성중공업은 배를 다 지어놓고 인도하지 못한 드릴십을 총 3척 갖고 있다. 퍼시픽드릴링(PDC)으로부터 수주한 한 척과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두 척이다. PDC가 발주한 선박은 2015년 중순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PDC는 인도를 거부하고 오히려 선수금 1억8100만달러(계약금액 5억1750만달러의 약 35%)까지 돌려달라고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이 2015년 3월말까지 인도하기로 했는데, 이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두 척 중 한 척은 2013년 8월 5억5000만달러에 계약한 건이다. 당초 2015년 12월까지 인도할 계획이었으나 인도일이 2017년 6월말, 2018년 6월말로 두 차례 연장됐다. 인도 기한을 연장하면서 계약금은 5억9000만달러, 6억9000만달러로 올랐다. 또 다른 한 척은 2014년 4월 6억3000만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작년 6월 인도하기로 했으나 이 드릴십 역시 인도일이 2018년 1월, 2019년 1월로 두 차례 미뤄졌고 계약금은 6억5000만달러, 7억1000만달러로 인상됐다.

삼성중공업은 PDC 선박에 대해서는 선수금의 절반을 충당금으로 쌓아놨지만, 오션리그 선박 두 척은 충당금을 적립해 놓지 않았다. 만약 오션리그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고 팔면 손실이 날 수 있다. 조선사들은 실제 현금흐름과 관계없이 선박 공정률에 따라 매출, 이익, 비용 등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는데, 잔금이 덜 들어오면 기존에 발표했던 실적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오션리그가 인도하지 않은 드릴십은 인도 일정을 늦추면서 계약금 자체를 올렸고 선수금도 30% 이상 받아놔서 인도 가능성이 크다”며 “설사 인도해가지 않아도 채권회수, 재매각 절차를 통해 건조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에 발주처의 인도 거부로 계약이 해지된 반잠수식 시추설비를 다른 선사에 매각한 바 있다. 이 시추설비는 삼성중공업이 2013년 6월 7억2000만달러에 수주한 것인데, 삼성중공업은 2억1600만달러를 선수금으로 받고 건조했으나 계약이 해지됐다. 삼성중공업은 이 설비를 유럽 선사에 5억달러에 매각해 당초 계약금액을 거의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인도한 트랜스오션사 드릴십 모습

◇ 대우조선, 미인도 드릴십 4척…“인도될 것으로 기대”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시추업체 '앳우드 오셔닉'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두 척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두 척 등 총 4척의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앳우드 오셔닉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은 각각 2012년 9월과 2013년 6월에 총 12억달러 규모로 계약한 건이다. 드릴십 2척은 당초 각각 2015년말과 2016년 6월 인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주처 요청으로 인도가 각각 2017년 9월, 2018년 6월로 한차례씩 연기된 후 다시 각각 2019년 6월, 2020년 6월로 미뤄졌다. 인도 일정을 연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계약금의 50%를 선수금으로 받았다.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은 2013년 10월에 총 12억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모두 2015년 말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6년 6월로 한번 연기된 다음 같은 해 9월로 또다시 인도가 미뤄졌다. 지금은 인도일이 미정인 상태다. 회사 측은 계약금의 20%만 선수금으로 받은 상태로, 제값을 못 받을 것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해 놨다. 앳우드 오셔닉 선박에 대해서는 따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앳우드 오셔닉 드릴십은 이미 계약금의 50%가량을 선수금으로 받은 상태라 건조대금 확보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선수금 비중이 크고 인도일이 많이 남아 있어 건조가 끝나면 발주처가 인도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소난골과의 계약건은 소난골 경영진이 최근 바뀐 후 앙골라에서 회의를 진행하며 협의하고 있다. 소난골의 재무상황이 어렵지만, 드릴십 인도에 대한 의지는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