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 자락에 있는 성북구 정릉골. 차 한 대도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 사이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있는 허름한 주택 560여채가 들어서 있다. 이중 수십여채는 1982년 4월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이다. 이 지역은 그나마 재개발이 추진 중이라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서울 시내에서 무작정 방치되고 있는 오래된 무허가 건축물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무허가 건축물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돼 정비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용역을 조만간 발주해,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관련법과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르면 기존 무허가 건축물은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져 무허가 건축물대장에 올라간 건물을 뜻한다. 주택의 경우 1982년 4월 8일 이전에 지어진 연면적 85㎡ 이하 건물이다.

이 시기 이후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은 매년 해당 구청이 단속해 이행강제금을 물리거나 철거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존 무허가 건축물은 철거 단속 대상에서 빠져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전역에 있는 기존 무허가 건축물은 2만8771동에 이른다.

이들 건물은 재개발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철거되는 추세라 점차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정비구역이 아닌 곳에 있는 무허가 건물들도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 이미 준공 37년차를 넘겨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고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 상당수 건물들이 무단으로 대수선·개축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기존 무허가 건축물 중 3% 샘플을 뽑아 조사해 유형별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역과 용도, 구조, 면적, 입주형태와 이용 상태를 파악하고 거주환경과 화재, 안전 실태조사도 벌인다. 이를 통해 기존 무허가 건축물 관리·정비 방향을 수립하고, 필요할 경우 기존 무허가 건축물 정비를 지원하는 별도의 조례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는 무허가 건축물이 새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정책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기존 무허가 건축물들은 적법 건축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낡은 건물은 도시재생을 하는 등 가능한 정비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