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 17.4만명 채용시 연금충당부채 폭증 우려
국가부채 1500조 돌파..세수풍년에 채무증가액은 4년 최저

정부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의미하는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 93조원 급증해 지난해말 기준 845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에도 전년대비 92조원 증가했다. 2년 연속 100조원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연금충당부채와 국채발행잔액 등이 포함된 국가부채(회계결산 기준)는 지난해말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공무원 채용확대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17만명 이상의 공무원 증원이 회계결산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연금충당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공무원과 군인들의 연금충당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국민 1명당 1642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연금충당부채, 2016년 이후 2년연속 90조원 이상 급증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한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재무제표 상 부채(국가부채) 중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93조2000억원(12.4%) 늘어난 845조원을 기록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과 군인 퇴직자 및 예비 퇴직자에게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국채처럼 정부가 일정기간 이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연금을 지급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빚으로 규정된다.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날 수록 미래의 국민 및 국가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연금충당부채는 최근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596조3000억원에서 2014년 643조3000억원으로 47조원 증가한 후 2015년에는 659조90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6년 752조6000억원으로 92조원 이상 급증한 뒤 지난해 재차 93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를 인구(5145만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642만원꼴로 부담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연금충당부채 급증 추세에 대해 저금리 기조에 따른 할인율 하락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오규택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연금충당부채는 미래 예상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서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할인율이 저금리 기조에 따라 낮아지면서 현재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저금리의 영향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따져본다면 지난해와 올해 모두 10조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정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연금충당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오 국장도 “할인율은 10년 평균 수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오른다 하더라도)당분간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하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무원 증원 본격화되면 연금충당부채는 재정재앙 될수도”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공무원 채용확대 방침이 연금충당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연금충당부채 급증에 지난해의 공무원 채용실적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추경으로 하반기에 신규 채용된 공무원은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연금충당부채 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임기말인 2022년까지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면 연금충당부채 급증 문제는 정부의 재정여건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미래 연금 지급 추정액이 현재가치로 환산돼 연금충당부채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해 뽑은 공무원들의 경우 올해 결산 때부터 연금충당부채 산정에 반영된다. 지난 2년간 100조원 가까이 늘어난 연금충당부채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작년에 채용된 공무원들이 충당부채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금리로 충당부채 증가 추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정 시점 이후 급증한 공무원들이 충당부채 등 잠재적인 재정여건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재앙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금충당부채가 대폭 늘어나면서 국가 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국가 부채는 중앙·지방정부 채무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한 광의의 개념이다. 지난해 국가 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전년(1433조1000억원)보다 122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 부채 증가폭이 139조900억원에 달했던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큰 폭 증가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국가 재무제표상 자산은 206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순자산은 50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조3000억원 감소했다.

◇ 세수호조로 국가채무 증가규모는 4년만에 최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는 66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조8000억원 증가했다. GDP 대비 비율은 38.6%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 국가채무는 2017~2021년 중기재정계획상의 전망치(669조7000억원, 39.7%)보다 낮고 증가규모도 2013년 이후 4년만에 가장 적었다.

전반적인 지난해 살림살이는 세수 풍년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였다. 총세입은 359조5000억원, 총세출은 342조9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이 16조2000억원 발생했다. 결산상 잉여금에서 전년도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 10조원, 특별회계 1조3000억원 등 11조3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이 돈을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 정산,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7조1000억원 증가했다. GDP 대비 비율도 1.0%에서 1.4%로 높아졌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18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과 비교해 적자 규모는 4조2000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