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국내 가입자 접속을 임의로 차단해 불편을 초래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사진은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발언하는 모습.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1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글로벌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에 대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공짜로 인터넷망을 사용해오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방통위는 이날 페이스북이 지난해 국내에 있는 전용 서버(대형 컴퓨터)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의 접속을 차단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외 인터넷 기업과 통신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인터넷 기업들의 국내 통신망 사용료를 현실화하는 데 이번 결정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페북에 첫 과징금 선례 남겨

방통위는 이날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 점유율 1위인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일방적으로 (서버) 접속 경로를 바꿔 시장을 왜곡시키고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 서비스 속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중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다만 과징금 액수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이 조사 기간 중인 작년 10월 스스로 위반 행위를 중단하고 원 상태로 (서버를) 복원했고 그동안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서비스 접속 경로를 일방적으로 바꾼 일에서 비롯됐다. 이전만 해도 페이스북은 전용망 대여 계약을 맺고있는 KT의 서울 목동 소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놓고 다른 통신업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도 이곳을 통해 페이스북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었다. 하지만 2016년 말 인터넷망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통신업체 자체 부담으로 페이스북 전용망 확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국내 서버를 막아 두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에 접속하려면 홍콩·미국 등 해외 서버로 우회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속도 저하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자 불만 접수가 34.4건으로 이전보다 172배 늘기도 했다. 결국 국내 통신업체들은 가입자들의 접속 장애를 해소하려고 해외 연결망을 증설하는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들의 망사용료 현실화에 영향"

통신업계에서는 해외 인터넷 기업들의 갑질 논란에 우리 정부가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를 내세워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날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반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작년 말부터 망 사용료 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 통신업체들에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구글(유튜브)에도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구글은 현재 통신 3사와 망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내고는 있지만, 네이버 등과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사용 시간은 한 달간 257억분(2월 기준)으로 카카오의 카카오톡(179억분)이나 네이버(126억분)를 훨씬 앞선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으로 국내에서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구글이 갖는 영향력 때문에 통신업체들이 망을 제공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작년 11월 "네이버는 지난 2016년 734억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업체에 지불했다. 구글은 얼마를 내는지 밝혀라"고 공개 요구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