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영업 중인 중소중견면세점들이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인천공항공사가 2터미널을 개장하면서 1터미널의 면세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구역별 이용객·객단가 감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중소중견면세점들은 임대료 재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장 철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엠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시티플러스, 삼익악기 등 중소중견 면세업체 4개사는 21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인 임대료 조정 철회’와 ‘중소기업 생존을 위한 보호정책 즉각 마련’을 요구했다.

중소중견 면세업체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는 최종윤 에스엠면세점 대표, 유동환 엔타스듀티프리 대표, 안혜선 시티플러스 대표, 공유선 삼익악기 면세사업본부 전무를 비롯한 각 사 직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0여분간 진행됐다.

인천국제공항 중소중견 면세점 입주업체들이 21일 오전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은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임대료 27.9% 일괄 인하안이 적다고 반발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터미널 개장으로 1터미널 여객은 서편 43.6%, 동편 30.1%, 탑승동은 16.1%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평균 감소율은 27.9%다.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은 일괄 인하보다 구역별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서편에 있는 면세점은 임대료를 43.6% 할인하고 동편에 있는 곳은 30.1% 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탑승동에는 대기업 면세점만 있다.

4개 업체는 대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영업요율 인하도 요구했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임대료는 대기업 대비 60% 수준이다. 그러나 임대료와 품목별 영업요율 중 큰 금액을 내는데, 품목별 영업요율은 대기업과 같아 실질적으로 대기업 면세점과 임대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면세점은 향수·화장품, 위스키, 와인, 담배 등 품목별로 영업요율이 다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안혜선 시티플러스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매장위치, 수익규모, 마케팅수단, 브랜드 협상력, 구매력 등에서 대기업과 경쟁이 힘든 실정”이라며 “구역별 차등 임대료 인하는 물론, 중소기업 영업요율도 대기업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동환 엔타스듀티프리 대표는 “공사 측은 차등 임대료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4년전 루이비통 유치 당시 임대료를 삭감해준 전력이 있다”며 “면세점 임대료가 평당 2000만원에 달하고 창고 임대료조차 평당 25만에 달하는 등 고정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중소 사업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업체들은 대한항공이 2터미널로 이동하면서 과거보다 이용객의 구매력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기존 1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과 외항사, 저비용항공사(LCC) 등이 이용한다. 안 대표는 “LCC 이용객의 구매 단가는 아시아나 이용자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2터미널 개장 이후 매출이 27% 줄었다”고 밝혔다.

이날 각 중소면세점 대표들은 “공사 측과 임대료 재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소중견 면세점 대표들은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대표들과는 면담을 가져왔지만 중소중견 면세점과의 협상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객단가 등을 산정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2터미널 개장 이후 면세점 매출이 줄어들긴 했으나 10~20% 선으로, 여객이 28% 줄어든데 비해선 매출 감소가 작아 일괄 인하안이 중소업체에 특별히 타격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