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CEO, 중국 반도체 기업 특허 침해에 '선전포고'
10년 넘게 삼성 괴롭힌 특허괴물, 새 먹잇감 찾아 中 주시

올해부터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맹주(盟主)들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미국 최대의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중국계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할 경우 대대적인 특허소송을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CEO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적재산권(IP)이 필요한데 중국은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고객사 입장에서 이같은 IP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칩을 공급받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 본사 전경.

메로트라 CEO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중국 반도체 기업의 칩을 공급받는 기업에게 대대적인 특허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반도체 기업간 특허소송은 특허를 침해한 당사자를 직접 고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허 침해 소지가 있는 칩을 구매해 완제품을 생산한 기업을 겨냥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경우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해 상당수 반도체 기업에 정부 자본이 섞여있다. 사실상 국영 기업이지만 '무늬'만 민영 기업인 사례도 많다. 문제는 상당수의 다국적 대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특허 침해 사례를 알면서도 현지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 기업들을 직접적으로 고소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칩을 쓰는 기업들을 향한 특허전은 중국 정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이크론뿐 아니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도시바 등 다수의 메모리 반도체 관련 IP를 보유한 기업들에게 실효성 있는 공격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아직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칩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벌써부터 특허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직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새롭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기존 메모리 4강(삼성,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이 보유한 IP와 전 세계에 포진한 특허괴물(Patent Troll)의 IP를 우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는 클린룸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 명실상부한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 2위지만 두 기업조차도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특허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특히 삼성은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에 진출하자마자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수입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13년 가까이 삼성, SK하이닉스와 특허 공방을 벌이다 결국 승리한 특허괴물들도 변수다. 2000년대 치킨게임(Chicken Game·죽기살기식 경쟁) 끝에 키몬다, 엘피다 등 거대 메모리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이 기업들이 보유한 대량의 특허가 헐값에 팔려나갔다. 이후 이 특허를 대량으로 매집해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램버스, 인텔렉추얼 벤처스(IV), 테세라 등 특허괴물들이 업계 전면에 등장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 SK하이닉스와 같은 세계적인 메모리 기업들도 이 특허괴물들의 공세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종 IP를 확보해왔고 인텔, 도시바, IBM, 샌디스크 등과 특허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며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출과 함께 특허괴물들의 전방위적인 공격도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