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 축소가 '중견 건설사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KCC건설은 작년 7월 경남 사천시에서 분양한 '사천KCC스위첸' 아파트 계약자의 중도금 대출 총 288억원에 대해 회사가 보증을 섰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 회사 자기자본 3100억원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신세계건설도 최근 '하남 미사 오피스텔'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섰는데, 보증 금액은 3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3%에 이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무리하게 보증을 선 이유는 보증 기관인 HUG가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100%에서 90%로 한 차례 낮췄고, 올해 1월에는 다시 80%로 낮췄다. 정부가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강조하자, HUG가 자체적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건설사들은 청약자들이 HUG에서 보증받지 못하는 '나머지 중도금 10~20%'에 대해 직접 보증을 서주고 있다. 서희건설도 지역 주택 사업으로 진행한 부산 '사상역 서희스타힐즈' 계약자 중도금 대출 중 340억원에 대한 보증을 결정했다. 한 중견 업체 관계자는 "보증 금액이 커 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도 "수요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 사업장이 많은 중견 건설사들은 여기서 생기는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 주택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기존 주택 등을 처분하지 못한 분양 계약자들이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 금융권을 이용할 경우 건설사 부담은 더 커진다. HUG가 제2 금융권에는 아예 보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중견 건설사의 보증 금액이 증가하면 재무 구조가 나빠지고, 금융사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튼튼한 대형 건설사나 부동산 신탁사가 중견 건설사 먹거리를 가져가면서 건설업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