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약사 휴온스는 제품군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치과용 국소마취제 전문 업체로 출발해 안약과 비타민주사제, 비만주사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주름개선제와 건강기능식품 신제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휴온스 본사에서 만난 윤성태(54) 부회장은 "국내 제약 시장은 20조원이지만 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까지 합친 헬스케어 시장은 100조원"이라며 "그동안 고성장의 비결은 제약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휴온스는 윤 부회장이 처음 경영권을 맡던 1997년에 매출이 6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780억원으로 성장했다. 7~8% 성장을 기록한 단 2년을 빼고는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제약업계 순위도 130위권에서 20위권으로 수직상승했다. 회사 규모도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아래 휴온스(제약)·휴메딕스(의료기기)·휴온스내츄럴(건강기능식품) 등 8개 계열사로 늘었다. 계열사 매출을 합치면 지난해 매출이 3254억원에 이른다.

웰빙 의약품으로 성장 발판 얻어

휴온스의 전신은 윤 부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윤명용 회장이 1965년 창업한 광명약품공업사다. 치과용 국소 마취제를 국산화했다. 윤 부회장은 1997년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33세 젊은 나이에 회사를 맡았다. 당시 회사는 재기 불능 상태였다. 무리한 시설 투자로 인한 자금 압박에 IMF 경제 위기까지 겹쳤다. 이듬해엔 공장에 불까지 났다.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이노밸리에 있는 휴온스글로벌 본사에서 윤성태 부회장(가운데)과 직원들이 점안제와 필러,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윤 부회장은 “적극적인 기술 도입과 사업 다각화가 고속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재기의 희망은 해외에서 찾아왔다. 수출길을 찾겠다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하는 잡지에 광고를 냈는데 예멘의 한 업체가 연락을 해왔다. 윤 부회장은 "예멘 출장을 갔다가 현지 병원에서 20mL짜리 소형 플라스틱 주사제를 처음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포도당이든 생리식염수든 모두 유리 앰풀에 담겼는데, 개봉할 때 유리 가루가 나오거나 손을 다치기 쉬웠다. 윤 부회장은 이를 플라스틱 주사제로 바꿔 의료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비만 주사제, 비타민 주사제 등 웰빙 의약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2000년대 초반 큰 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 도약의 계기는 인수합병(M&A)이었다. 휴온스는 2010년 필러 전문 바이오업체인 휴메딕스를 인수했다. 필러는 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주름 개선제의 일종이다. 당시 매출 1000억원이 안 되던 휴온스가 수십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 휴메딕스를 인수하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휴메딕스는 인수 4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2016년 포브스아시아의 '아시아 200대 유망기업'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넘어섰다. 휴메딕스의 필러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주름개선제 시장의 다른 축은 보톡스란 상품명으로 유명한 보툴리눔 독소이다. 휴온스는 보툴리눔 독소 '휴톡스'도 개발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하지만 미용 외 다른 질병 치료제로 시장을 확장하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며 "특히 중국에서 이미 자리잡은 필러 제품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제품 적극적 도입해 성공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부터 남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식물인 허니부쉬 발효 기술을 이전받아 피부 미용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여성 갱년기에 좋은 유산균 기술을 가져왔다. 윤 부회장은 "기술 도입을 전담하는 팀을 두고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며 "올해는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으로 주목받는 동물의약픔 회사를 새로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온스는 국내의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생리식염수 판매허가를 받았는데, 올해는 국소마취제 허가도 기대하고 있다"며 "그동안 개발한 주사제 복제약들과 휴톡스, 필러 등도 계속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