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카드회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원가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카드사들은 다음달 초에 연구용역을 담당할 회계법인을 선정해 가맹점 수수료를 어떤 부분에서 더 내릴 수 있을지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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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19일 “내년 1월부터 3년간 적용되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TF가 이달 초부터 가동됐고 다음 달 초에 회계법인을 선정해 좀 더 세밀하게 수수료 원가를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인 적격비용 산정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카드사들이 모두 참여하는데 공신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회계법인이 수수료율을 실사해 분석한다.

TF는 회계법인과 협력해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 전반을 모두 들여다 볼 계획이다. 현행 최고수수료율(2.5%)의 추가 인하 가능성과 우대수수료율을 받고 있는 영세가맹점(연 매출액 3억원 이하 0.8%)과 중소가맹점(연 매출액 5억원 이하 1.3%)의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가맹점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방안도 검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적격비용 산정과정에서 수수료율 인하요인이 생기면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데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카드업계는 가맹점 최고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최고 수수료율 상한을 2.7%에서 2.5%로 하향조정한 후 2016년 1월부터 적용해왔는데 이를 추가로 내릴 수 있을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7월부터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는 정책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드수수료의 원가를 구성하는 밴(VAN‧결제대행사)사에 제공하는 수수료가 소비자의 구매금액에 관계없이 정해져 있었는데(정액제) 이를 구매 금액이 적으면 적은 수수료를 내는 방식(정률제)으로 바꿔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가를 구성하는 밴 수수료가 하반기부터 줄게 되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카드사 수수료 원가인 적격비용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결제업종 10만여개 가맹점의 수수료가 평균 0.3%포인트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 등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로 했고 일부 정치권에서 발의된 법안들도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수수료 원가를 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1000원 미만의 소액이라도 의무적으로 카드결제를 받아야하는 가맹점 의무수납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무수납제는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세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세수 확보를 위해 1987년 제정됐지만 편의점 등 소액결제가 많은 영세가맹점에는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제도다. 하지만 의무수납제를 하지 않으면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의무수납제는 들여다봐야 하는데 아직 입장이 정리된 게 없다”면서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TF와는 별도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