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 협상이 확실한 성과 없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한국 정부는 양측이 각 의제별로 진전된 논의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에서 한국을 면제하는 방안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15~16일 열린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에서 양측이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뒀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한국 측은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이, 미국 측은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개정 협상장 모습.

3차 개정 협상에서는 양국이 이전 협상 때보다 더 힘겨운 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면제를 협상 카드로 꺼내 들고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동차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자국 주력 산업 이익을 얻기 위한 의제를 내놓을 경우 한국으로서는 3차 개정 협상을 ‘방어전’으로 임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기도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정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을 경우 주한 미군 철수까지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으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정 협상을 진행했던 것이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면서 당초 15일(현지시각) 하루만 진행될 예정이었던 3차 개정 협상은 하루 더 연장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지난 두 차례 협상에서 양측이 관심 사항으로 제시했던 분야별 의제에 대해 기술 협의를 포함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최근 발표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산업부는 “양측은 최근 발표된 철강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3차 개정 협상은 오는 23일 미국이 실제로 철강 관세를 부과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가 국가 면제 대상을 결정하는 USTR을 만나고, 양국 통상 장관들이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협상에서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한국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당초 산업부는 3차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철강 관세 부과 등 한국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통상 환경을 한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담판을 지을 계획이었다. 15일 첫날 개정 협상 일정이 끝난 뒤 한미 통상당국 수장은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별도의 장관급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실장 등 한국 협상단은 철강 관세 면제에 대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미국에 남아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정 협상과 별도로 철강 관세 부과 면제를 위해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개정 협상은 이른 시일 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모두 통상 현안이 긴급한 만큼 향후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이해 관계자들과 전문가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이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관계 부처와 대응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4차 개정 협상 일정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해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