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豊田)시 도요타자동차 다카오카 공장. 연간 37만대의 차량을 만드는 이 공장 곳곳엔 'TOYOTA'라고 쓰인 모자를 쓴 근로자들이 작업대 사이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공장 안은 드릴 소리와 컨베이어 벨트 움직이는 소리만 가득했다. 10분 휴식 시간을 맞아 땀에 젖은 모자를 벗은 한 작업자는 "동료와 이야기를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컨베이어 벨트 옆 근로자들은 볼트를 조이는 6~7초 동안만 움직이고, 장비가 움직일 때는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본다. 동료에게 자신의 공정을 맡기고 쉬는 작업자도 있다. 불량품은 자동 검색 정보 시스템이 잡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저서 '가보지 않은 길'에서 이처럼 묘사하고 "(이 같은 현대차 공장 모습의) 결과는 최저 편성 효율, 최저 생산성으로 나타난다"고 썼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豊田)시의 도요타자동차 쓰쓰미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조립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는 노사 대타협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일본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보다 48만대 증가했다.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지난 10년간 3개의 공장을 신설했다. 반면 한국은 21년간 신규 자동차 공장이 없다.

생산량 추이도 다르다. 일본은 작년 한 해 자국에서 968만4146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지켰다. 2016년보다 48만대를 더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작년 국내 생산량이 411만4913대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재작년 인도에 밀려 자동차 생산국 5위에서 내려왔고, 올해는 멕시코에 밀려 7위로 떨어지는 게 확실시된다.

◇작업자가 아이디어 제안해 생산성 향상

일본 자동차 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높은 생산성이다. 1962년 '노사 선언' 이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신뢰를 쌓은 노사 관계는 생산성 향상에 기초가 됐다. '회사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진 도요타 직원들은 생산성을 높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보고하고 현장에 적용한다.

도요타 다카오카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은 천장에 매달린 '일체화 작업대'를 밀고 다닌다. 부품과 공구가 같이 담긴 작업대로 일할 때 계속 부품과 공구를 바꿔 사용하다 불편함을 느낀 현장 작업자가 아이디어를 내 적용한 설비다. 도요타의 일부 공장에는 형광등이 바닥에 설치돼 있다. 차체 아랫부분을 잘 보기 위해 현장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다.

자동화된 설비로 불량을 잡아내는 현대차와 달리 도요타는 공정별 작업자들이 직접 품질을 관리한다. 잉잉 리우 도요타 본사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도요타에서 자동화(自動化)란 사람 인(人) 변이 붙은 '자동화(自�化)'라며 "작업자 스스로 품질을 책임진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 업체는 근로자 생산성 개선을 포기한 채 자동화와 표준화를 도입했지만, 도요타는 높은 임금을 숙련된 노조원들의 높은 생산성으로 커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 생산량 유지하는 도요타

일본은 자국 내 공장을 늘려가고 있다. 2007년 닛산은 규슈에 차체 공장을 신축했고, 도요타는 2012년 미야기현에 공장을 지었다. 2013년 혼다는 요리이에 공장을 신축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국내 고용을 유지하고 자동차 기술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 자국 생산량 300만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와 노조, 협력업체 간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강성 노조를 피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1997년 완공된 한국GM 군산 공장이 국내에 세워진 마지막 자동차 생산 공장이다. 이후 21년 동안 국내엔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도 신설되지 않았다. 그사이 현대차만 해도 해외에 공장 11개를 세웠다. 일자리 수만 개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고비용, 저생산성에 갇힌 한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한 선진적 노사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생산성 대비 과도한 임금만 챙기려는 노조의 태도는 한국 업체의 해외 현지 공장 신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