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트위터 해고와 틸러슨의 이임 기자회견을 보면서 미국의 지도자가 참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관 이임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와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모습은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던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방출장을 가기 전 백악관에서 틸러슨 경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렉스와 오랜동안 관계가 좋았다. 하지만 실제론 마인드와 생각이 달랐다”라고 얘기하고 “경질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며 반발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정책 차관까지 해임한다고 선언하는 대목에서 한 성어(成語)가 떠올랐다.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1주년에 맞춰 인터뷰한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의 쉬훙차이(徐洪才) 수석펠로에게 “트럼프에게 단 한마디 조언할 수 있다면”이라고 물은 뒤 들은 답변이다. 겸청칙명 편신칙암(兼聽則明偏信則暗·여러 의견을 들으면 시비를 잘 구별할 수 있고, 한쪽의 말만 믿으면 사리에 어둡게 된다는 뜻)이 그것이다.

“군주는 어떻게 시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냐”는 당 태종(唐太宗)의 물음에 대한 신하 위징(魏徵)의 답변에 등장한다. 지난 11일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앰으로써 종신집권까지 가능해진 덕분에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행보 역시 트럼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른 생각’에 대한 용인도가 낮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에 대한 반발 목소리를 검열로 차단하거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전체 회의 표결에서 2964표 가운데 반대가 2표에 그친 것이나, 중국 언론들이 일사불란하게 개헌 찬성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물론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앙권력 강화를 내심 원한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가 쓴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는 “중국인의 머릿속에는 지난 5000년의 역사를 통해 국가 통치의 중심 권력이 강력했을 때는 나라가 안정적이었던 반면, 그렇지 못했을 때는 혼란과 혼돈의 어지러운 시기였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중국인은 국가가 이끄는 지도부가 강력해야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갈파한다.

하지만 ‘다른 생각’은 지도자의 오류를 미리 잡는 견제역할을 하기도 하다. 수년 전 만난 인민대 출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이 강연에서 당시 재닛 옐런 연준의장이 자기 생각의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중용한다고 한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권력강화가 곧 다른 생각에 대한 불허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진짜 황제’ 당 태종은 신하들에게 이런 말도 한다. “멸망의 길로 나가는 것은 눈과 귀가 가려져 정치적 득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올바른 충신의 입을 다물게 하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중용하고,군주가 스스로의 허물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평천하를 위해 정직하게 말해주기 바란다. “

‘다른 생각’에 대한 넉넉한 수용이 지도자의 덕목인 것이다. 다른 생각에 대한 인정은 경청과 배우는 자세로 나타난다. 다시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의 한 대목. 리콴유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와의 대담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덩샤오핑(鄧小平)을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리콴유는 또 다른 책 ‘내가 걸어온 인류 국가의 길’에서도 덩을 두고 “5척 단신이지만 여러 지도자 중 가장 큰 거인이었다.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진실에 직면하자 그는 기꺼이 마음을 바꾸었다”고 극찬했다.

불쾌한 진실에 직면하고 싶지 않은 지도자가 어디 트럼프나 시진핑 뿐일까.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정국에 영향을 주는 국가에서 스트롱 맨 지도자들이 일제히 부상중이다.

위징은 당 태종과의 대화에서 순자(荀子)의 ‘군자주,서인자수,수즉재주,수즉복주(君者舟,庶人者水,水則載舟,水則覆舟:군주는 배요, 서민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를 인용하며 백성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군주가 백성을 두려워하는 세상’보다 ‘백성이 군주를 두려워하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