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최근 3년 평균 1066만원)을 안 받는 대신 조합원 전원에게 1인당 3000만원어치 주식을 달라고 요구했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돈 약 3조원을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하고 이때 생기는 주식 중 4050억원어치를 나눠 달라는 주장이다.

"지난 4년간의 누적 순손실이 3조원에 달해 자본이 잠식된 회사의 노조가 했다고 믿기 힘든 어이없는 요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에서 임단협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했다. 노사는 이르면 19일부터 이 안을 놓고 협상한다.

노조의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포기는 지난 13일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확정한 '기본급 5.3% 인상 요구' 지침을 거부한 것이다. 임한택 노조지부장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지급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포기로 약 1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GM 노조가 사측에 제출한 요구안을 뜯어보면 고통 분담 의지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복리 후생 감축안엔 반대했다. 모든 근로자에 대해 향후 10년간 정리해고를 금지하고, 사장을 제외한 모든 임원을 한국인으로 교체해달라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해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포기로 명분을 취하고, 실리는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GM 사측은 회사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기 위해서는 노조에 제시한 비급여성 복지 혜택(약 1200억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복지 혜택도 축소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동결, 성과급·일시금 지급 불가 등에 강력 반발했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도 같은 날 한국GM 노조에 올해 5.3%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한국GM 노조는 15일 요구안을 확정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고, 강경파는 "사측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여론 악화를 의식해 최종적으로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포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GM 본사의 차입금 3조원 전액을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하고, 전 종업원에게 1인당 3000만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분배(직원 1만3500명, 총 4050억원)하며 ▲사장을 제외한 임원은 모두 한국인으로 교체하고 ▲모든 종업원에 대해 10년간 정리해고를 금지하며 ▲한국GM 외 다른 GM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수입 판매 금지 등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또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신차 투입 로드맵 확약, 개발 차량에 대한 지식재산권 요구 등도 장기발전전망 특별요구로 포함했다. 사측이 제공하고 있는 전체 비급여성 복리후생비용(3000억원) 중 1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복지 감축안도 노조는 거부했다.

한국GM은 자체 생존이 가능한 수익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자금 지원 외에 노조와의 합의를 통한 고정비 약 3000억원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복지 혜택 축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사용 고정 연차에 대해 명절 시 지급하는 수당 지급 폐지, 학자금 지원 축소, 직계가족 우선 채용(고용 승계) 폐지 등을 제시했다. 한국GM 관계자는 "기본급과 성과급은 경영 사정이 나아지면 노조가 언제든 다시 인상하고 받을 수 있다"며 "누적 적자가 생긴 것을 바로잡기 위해 복지 혜택을 줄이자고 하는 것인데, 오히려 노조는 추가 복지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