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뜬 앞차가 좀 답답하다고 느낄 즈음, 제네시스 G80 자율주행차는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꾼다. 오른쪽 차선에 버스나 대형트럭이 주행하면 왼쪽 차선으로 살짝 붙는다. 운전자 생각에 앞서 차가 먼저 반응한다.

지난 8일 체험한 자율주행차는 20년 무사고 경력의 모범택시 기사를 만난 느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이진우 현대자동차 자율차개발팀장(상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체험은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출발, 신갈분기점을 거쳐 영동고속도를 질주한 뒤 여주 나들목까지 왕복 약 130km의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의 교통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와 변경, 전방 차량 추월, 2개의 터널, 요금소 2곳 등을 거쳤다.

이후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스티어링휠에 부착된 'SET' 버튼을 누르자 자율주행 모드로 바뀌며 운행을 시작했다. 보조석 정보창에는 속도와 주행 정보, 고속도로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차선을 바꾸거나 고속도로 분기점 진입 시 주변 상황을 고려해 안전하게 주행했다. 갑자기 옆차가 끼어들면 감속을 통해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이날 시승 구간 내내 운전자가 개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 신호 판독, 장애물 인식 등을 못 해 주행 중 불안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이날 탄 자율주행차에는 앞뒤 범퍼 좌우에 4개의 양산형 라이다(레이저 레이더)가, 차량 내 룸미러 옆에 4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정도였다. 돌발변수에 대응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은 트렁크에 있는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

여기에 기존 양산차에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HDA)'과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F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시스템(RSPA)'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합쳐져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겉으로만 보면 일반차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날 시승에 사용된 차가 4단계 자율주행차(Level4 High Automation)라고 했다. 4단계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의 기술이다.

권형근 현대차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현대차의 경우 양산형 차에 최소한의 자율주행 장치를 부착해 운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수소전기차 넥쏘 3대와 G80 2대로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km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특히 주행 중 공해 배출이 전혀 없는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자율주행차량 개발을 위해 자체개발과 함께 외부 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CES에서 오로라(Aurora)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레벨 4의 자율주행 기술을 스마트시티 내에서 우선적으로 구현해 상용화한다는 '신 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대차와 오로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기능이 차량에 구현된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모든 주변 환경이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커넥티드카 개발전략, 시스코와의 협업, 운영체제 개발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커넥티드카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기아차는 시스코와 협업을 통해 차량 내부 데이터 송수신 제어를 위한 차량 내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커넥티드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전략도 공개됐다. 현대·기아차가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로 명명한 독자적인 커넥티드카 운영 체제는 자동차 커넥티비티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공, 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지역별 맞춤형 커넥티드카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11월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에 해외 첫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국 내 데이터를 커넥티드카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이어 향후 글로벌 주요 지역에도 빅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