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초연결과 융합을 본질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 혁신을 동반하고 있다. 그간 익숙하던 삶과 일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고, 익숙하던 성장모델과 경제·사회시스템으로부터 작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책을 팔던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자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검색 창구였던 구글은 네트워크를 지배하고 인공지능(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로 시작한 인텔은 컴퓨터 프로세서를 거쳐 가상현실(VR), 드론 등 5세대(G) 이동통신 기반의 핵심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많은 기업은 데이터 주도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술 스타트업 인수합병(M&A), 개방적이고 협력적 혁신, 전략적 제휴 등 혁신 자체를 혁신하고 있다. 과거처럼 거대기업의 관료적 조직에 의한 혁신은 한계에 봉착했고, 정부가 몇 개의 산업, 몇 개의 기술을 선정해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중후장대형 산업 중심의 성장엔진은 낡아, 일자리 창출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낡은 성장엔진을 교체해 저생산성·저성장의 굴레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4차 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두려운 것은 기술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과 제도 개선의 지체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대연정과 사회적 합의의 경험을 쌓은 독일은 전통적 강점인 제조업 중심으로 '플랫폼 인더스트리4.0'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민간주도형 혁신 생태계를 갖춘 미국은 전 세계 B2C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융합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소사이어티 5.0'을 통해 초 스마트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실행과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초고령화 사회 대응에까지 로봇 등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그간 뒤처졌던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터넷플러스',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 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개별 기술과 산업에 맞춰진 정책과제 나열과 부처 간 칸막이식 정책추진 체계 위에서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기득권이 아니라 혁신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혁신 촉진적인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변화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국민들의 혁신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는 빅데이터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가 핵심이라고 말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부처 간의 엇박자와 미온적인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복지 등은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조율해 합의를 도출하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난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다른 분야까지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틔우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개별 기술, 개별 산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경제 및 사회의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속도감있게 해내기 위해 적극 협업해야 한다. 혁신이 제대로 보상받게 하고 규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여 혁신 친화적인 경제시스템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일자리 환경에 맞추어 국민 개개인이 인적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고 든든한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으로 나아가는 투 트랙 해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핵심 부처, 민간 기업, 노동계, 전문가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추진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관련 정책과제별로 워킹그룹을 만들어 제도개선의 대안을 조속히 도출할 필요가 있다. 국회 4차 산업혁명 특위도 초당적인 자세로 국민들과 함께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사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